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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악플은 목숨 앗아가는 범죄

저렴하다. 댓글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물론 일부는 소신있는 발언을 남기도 한다. 기사나 팩트의 오류를 잡아내고 바로잡는 날카로운 댓글도 있다. 하지만 상당수는 입에 담기 힘든 말들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주머니 속에 구겨져 있던 껌종이 하나를 휴지통에 던져 넣듯 무심하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같은 것은 없다.

가장 많은 댓글이 달리는 것은 역시 연예인 기사다. 상위에 랭크된 기사들의 경우 수천 개의 댓글들이 달린다. 요즘에는 연예인의 인스타그램 사진들을 가져와 기사화해 놓은 글들이 부쩍 많아졌다. 이들 역시 악플 일색이다. 그중에서도 유독 일관성(?)있게 악플이 많이 달리는 기사가 있다. 기혼 여자 연예인의 운동 사진이다. 내용들은 비슷하다. “시간이 많은가 보네” "어떻게 애가 있는데 운동을 하냐. 팔자가 좋네” “돈 많아서 좋겠네” “운동을 하는데 허리 라인이 없네”. 좋은 댓글 하나 찾기가 쉽지 않다.

‘댓글은 정말 필요할까.’

한국에서는 댓글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일고 있다. 댓글 실명제를 도입하자는 의견, 그리고 폐지하자는 의견도 적지 않다. 최근 한국의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인터넷 댓글 실명제 도입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9.5%가 찬성했다. 댓글 폐지에 대한 의견은 유지(34%)보다는 폐지(37.1%)쪽이 더 많지만 3.2% 차에 불과하다. 댓글 폐지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댓글도 정말 여론일까.’

얼마 전 가수 설리와 구하라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둘 모두 악성 댓글에 부단히 시달렸던 이들이다. 그들은 의연한 듯 보였다. 그래서 수많은 악플에도 괜찮을 거라고 너무도 안일하게 생각했었다.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고 하는 연예계이니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모두의 착각이었다.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들었고 그렇게 세상과 등졌다. 설리 나이 26세, 구하라 나이 28세다. 아직 악플에 의연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다. 아니 30대가 되고 40대가 돼도 마찬가지다.

‘몇살이 되면 악플에 의연할 수 있을까.’

악플을 다는 이들은 온라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프라인에도 있다. 친구나 회사 동료에 대해 서슴없이 그리고 끊임없이 뒷담화를 한다. 악담이다. 때론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와전시킨다. 자신 이외에는 모두 잘못하고 있는 양 다른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깎아내린다. 사정없이 친구와 동료를 난도질한다. 자신이 내뱉는 말들이 어떤 말인지,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말이다. 물론 이들 역시 익명의 악플러들처럼 남의 뒤에 숨어서다.

‘당신은 악담러인가.’

얼마 전 한국의 포털사이트 ‘다음(Daum)’이 연예인 기사에 한해 댓글 기능을 잠정 폐지했다. 다음 측은 “건강한 소통과 공론의 장을 마련한다는 목적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부작용 역시 존재해 왔다. 그 첫 시작으로 연예 뉴스 댓글 서비스 잠정 폐지를 결정했다”며 개선을 위해 고민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모두에게 필요한 고민이다.

연말이다. 쌀쌀하다. 지금 필요한 건 악플도 악담도 아닌 따뜻한 말 한마디다.


오수연 / 기획콘텐트부 차장·문화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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