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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은 궁극적으로 자리이타, 상생의 지혜 찾는 훈련

'마인드풀, 내 마음이 궁금해' 불교와 명상

지난 11월 한국에서 열린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경주 골곡사에 전해지는 선무도를 체험하고 있다. 이 행사는 명상을 주제로 한 콘퍼런스여서 눈길을 끌었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지난 11월 한국에서 열린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경주 골곡사에 전해지는 선무도를 체험하고 있다. 이 행사는 명상을 주제로 한 콘퍼런스여서 눈길을 끌었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

한 해가 저물고 다시 새해가 온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자신의 삶을 한 번쯤 되돌아보게 되는 시점이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는가.

'무소유'라는 책으로 널리 알려진 법정 스님의 글도 도움이 된다. 소설가 정찬주가 최근 펴낸 '법정 스님 인생응원가'를 이쪽저쪽 뒤적이면서 다시 그의 정신세계를 떠올려봤다.

정찬주는 20여 년 전 샘터사에 근무할 때 법정 스님의 원고를 담당하며 직접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인연은 다양할 수 있다. 법정 스님의 글을 통해 간접적으로 인연을 맺은 이도 무수히 많을 터인데, 아마 종교인으로서의 법정보다는 '명상 수필가'로서 더 가깝게 느끼는 이도 많을 듯하다.

"우리는 '내 것'이라고 집착한 것 때문에 걱정하고 근심한다. 자기 자신도 영원한 존재가 아닌데 자신이 지닌 것들이 어떻게 영원할 수 있을 것인가." 언뜻 무뚝뚝해 보이기도 하는 법정 스님의 문체는 평범한 말에 담긴 어떤 힘을 느끼게 한다. 평범 속의 비범이라고 할까.



법정 스님의 글은 오늘날 영미권에서 바람을 일으키는 현대 명상과도 잘 어울리는 듯하다. 불교라는 종교를 의식하지 않고도 한 편의 성찰적 수필처럼 읽히는 점에서 그러하다. 기독교 국가인 영미권에서 새롭게 유행하는 명상은 불교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특정 종교와 무관함을 강조하면서 명상을 위해 불교 신자가 될 필요가 없다고까지 말한다.

하지만 명상 방법에서 불교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도의 오래된 전통 요가에서부터 태국·미얀마 등 남방불교권의 위파사나, 한국의 전통 참선 등이 두루 서양의 명상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참선 혹은 선이란 말을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한국 불교계에서도 요즘은 참선 대신 명상이란 용어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듯하다. 과거에 동양의 전통 수행이 서양의 명상에 영향을 주었다면, 이제 다시 역으로 동양이 서양의 명상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현대 명상의 공통점은 '마음챙김'으로 번역되는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다.

마인드풀니스, 즉 마음챙김이란 내가 지금 무엇을 하든지 간에 바로 '현재 이 순간'에 주의를 기울이는 훈련을 말한다. 마음챙김을 기반으로 하여 MBSR이나 MSC 같은 명상이 미국에서 널리 유행하는 상황이다. MBSR은 1970년대 말에 서양 의학과 접목해 환자의 스트레스 완화를 위한 '의료 명상'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이후 대중적으로 확산됐다. MSC는 2010년 무렵 창안됐으며, 마음챙김의 따뜻한 주의와 관심을 다른 대상이 아닌 자기 자신을 돌보는데 먼저 대입해보는 훈련이다.

서광 스님은 "명상은 궁극적으로 자리이타, 즉 나도 이롭게 하고 상대방과 내 주변도 이롭게 하는 상생의 지혜를 찾는 훈련이라고 할 수 있다"며 "MSC에서 굳이 자기 연민을 강조하는 것은 현대인들이 자기를 너무 방치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MSC 시간을 진행한 노스캐롤라이나대 의대 정신의학부 카렌 블루스 교수는 '인간 경험의 보편성'을 이야기했다. 청소년 교육에 MSC를 도입하는 방식을 연구해온 카렌은 청소년들이 자기 자신만 마음의 고통을 겪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청소년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문화는 서로 주고받게 마련이다. 마인드풀니스라는 이름의 현대 명상이 서양에서 한국으로 왔다면, 한국에서 숙성된 마음챙김은 이제 다시 또 서양으로 전해질 수 있을 것이다.

법정 스님의 글로 다시 돌아가 보자. "명상이란 우리들의 일상적인 삶과 다른 무엇이 아니라 깨어 있는 삶의 한 부분이다. 무슨 일에 종사하건 간에 자신이 하는 일을 낱낱이 지켜보고 자신의 역할을 지각하는 것이 명상"이라고 했다. "우리가 불행한 것은 가진 것이 적어서가 아니라 따뜻한 가슴을 잃어가기 때문이다. 따뜻한 가슴을 잃지 않으려면 이웃들과 정을 나누어야 한다"는 표현도 마음에 와 닿는다.


배영대 / 근현대사연구소장·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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