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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발상의 전환

김태영 / 작가
김태영 / 작가 

[LA중앙일보] 발행 2020/04/07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20/04/06 17:25

오늘 친구로부터 받은 카톡 내용이다. 딸이 사정사정해서 쌀과 김치를 싸 들고 갔더니 우체통 옆에 놓고 가라고 하더란다. 감기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딸네 가족은 유리창 안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녀도 안아보지 못하고 팔이 떨어져 나가도록 손만 흔들어주고 왔단다.

코로나19가 지구촌을 강타하면서 집에 갇혀 살고 있다.

똑같은 일상이 한달쯤 계속된다면 발상의 전환을 해야만 한다. 이 시점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는 매우 중요하다.

나는 달리기 시합에서 갑자기 멈춘 상태라고 생각해 본다. 또한 ‘얼음 놀이’ 같기도 하다. ‘다같이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하면 ‘얼음’이 돼야 하는 놀이다. 움직이면 지는(죽는) 게임이다.

어떤 목사님은 하프타임이라 한다. 하프타임 때 작전을 잘 짜면 후반전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 한다.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는 것이다.

나는 종이와 펜을 챙긴다. 얼마나 열망하던 시간인가. 젊은 시절엔 작가이면서 생업이 따로 있었다. 낮엔 전혀 시간을 낼 수 없었다. 주말엔 못 다한 주부 역할을 철저히 해야 했다. 당연히 밤시간을 원고 쓰기에 다 바쳤다. 책을 출판할 수 있었던 것은 불 밝힌 밤의 헌사였다. 충혈된 눈을 달고 계속 일을 했다. 그 때 나의 소원은 딱 일주일만 아니 단 하루만이라도 온전히 방에 갇혀 글만 쓰는 것이었다.

국가는 나를 반강제로 감금시켜 놓았다. 방에 갇혀 지낸 지가 벌써 한 달이 되어간다. 똑같은 밖의 풍경, 변함없는 살림살이, 쌓아 놓은 책도 다 읽었다.

산 속이나 바닷가 별장에 있다고 생각을 바꾸었다. 이제 어떠한 변명도 구차할 뿐이다. 다만 써야 한다. 우선 살아있는 나에게 집중한다. 내가 해석할 수 있고 나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글을 배추색 같은 언어로 내려가야 한다. 가장 쓰고 싶은 문장 하나를 골라내는 일은 모래사장에서 다이아몬드 하나 찾는 것과 같다. 문장을 찾아내기 위해서 주변에 있는 하찮은 사물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인다. 타인의 행불행, 그것이 무생물일지라도 나와 상관없는 것이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나와 연루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제 같은 사물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사회활동 없이 말하는 것 잊고 사는 일을 불평하지 않는다.

가장 예쁜 커피잔에 커피를 마신다. 우선 나를 대접하고 사랑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지금 이 순간 행복하지 않으면 나의 미래도 행복할 수 없다. 나의 미래는 내 작품이다. 작가인 나를 잘 대접해줘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나를 바라보는 서양 난의 꽃잎에 입술을 댄다. 기다려라 너도 곧 스토리의 주인공이 될 날이 올 것이다. 닫힌 창문 속에도 햇살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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