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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만날 수 없는 부모님께 보낼 선물

한통의 이메일이 왔다.

독자 한 분이 기사에 나온 책을 구매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지난주 토요일 ‘이 책의 공유합니다’ 코너에서 장소현 작가가 소개한 책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 중앙일보에서 살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전화를 걸어 책은 전자책이나 온라인 서점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고 설명한 후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평소 책을 많이 읽으시나 봐요?”



“아니에요. 제가 고령의 어르신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분들에게 읽어드리려고요. 요즘 밖에 출입도 안 되니 답답하시잖아요. 좋은 책이라도 읽어드리고 싶어서요. 요즘은 자녀분들도 못 만나니 많이들 힘들어하시거든요.”

코로나19 확산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취약계층인 70~80대 고령층의 외출이 어려워지면서 답답함을 호소하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시니어의 일상은 그 누구보다 외롭고 힘겹다. 인터넷 이용도 익숙하지 못하고 종종 만나는 친구들과의 교제도, 마실 삼아 나가던 마켓도 갈 수 없다. 가족들의 방문도 끊어진 상태다. 정신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육체적으로 치명타를 입고 있는 것 역시 노인들이다. 코로나19 사망률도 60세 이상이 현저히 높다.

AP통신의 13일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따른 전국 노인요양시설 사망자가 무려 3600명에 달한다. 이는 열흘 전 집계치인 450명과 비교해 700%나 증가한 수치다. 원인은 만성적인 관리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노인요양시설에서 코로나19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다 개인 보호장비마저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 요양시설 집단 사망 현상을 초래했다는 진단이다.

지난달에는 스페인에서 노인들이 양로원이나 요양시설에서 버려진 채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는 사망한 채 발견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다. 마르가리타 로블레스 스페인 국방장관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동원된 군인들이 양로원과 요양원을 찾아갔다가 일부 노인들은 완전히 버려지고, 일부는 침상에 죽은 채 방치된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시니어에게 코로나19는 어떤 존재일까.

지난 12일 희망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세계적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가 부활절 기념 온라인 공연 ‘희망의 노래(Music For Hope)’를 열었다. 이탈리아의 두오모 대성당에서 열린 이번 공연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지구촌에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기획됐다. 전 세계 340만 명 이상이 동시 시청했고 공개된 지 8시간 만에 조회수는 2100만 이상을 기록했다. 관객 한 명 없는 텅 빈 성당에서의 공연이지만 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영화배우 휴 잭맨은 트위터에 “마음 깊은 곳에서 당신에게 감사한다.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 엄청난 선물을 줬다”고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한 번만 클릭하면 누릴 수 있었던 이 감동적인 공연조차도 어쩌면 시니어에게는 허락되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비록 만날 수는 없지만 부모님에게 하루 한 통이라도 전화나 메시지를 보낸다면 보첼리보다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다.

그리고 보첼리의 공연은 여전히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다. 부모님께 오늘은 보첼리의 온라인 공연(youtube.com/andreabocelli)을 보내드리면 어떨까 싶다.


오수연 / 기획콘텐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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