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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희망을 심는다

변했다. 평범하던 일상이 너무 변했다. 아침마다 학교 늦겠다는 큰 소리로 아이들 깨우던 며느리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다녀 왔습니다.” 세 아이들의 낭랑한 합창소리도 기약 없는 긴 휴교 속으로 사라졌다.

며느리와 딸을 따라 마켓에 가던 즐거움도 더는 없다. 노인들은 집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정부 시책보다 더 무서운 자녀들의 지시에 꼼짝 못하고 집에만 있다. “우리 월요일에 만납시다”라는 말에 득달 같이 달려 나와 이곳 저곳 맛집을 찾아 다니던 친구들과 더는 만날 수 없다. 언제 만나게 될 거냐는 한탄스러운 소식만 서로 주고 받는다.

집에 갇혀서 안 가는 시간을 원망하면서 문자만 써 보낸다. 부디 건강하라고, 조심하라고 서로 당부만 한다. 자기의 허락 없이는 아프지도 말라는 협박(?)을 하는 절친 형님의 문자에 눈물이 난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라는 적을 향해 두 주먹 쥐고 싸워본들 승산이 없으니 조심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답답해서 창밖을 보니 창틀에 매달아 놓은 3개의 긴 화분에 며느리가 심어 놓은 상추와 파가 보인다.



밑동을 잘라 나란히 꽂아 놓은 파에 제법 새싹이 나오고 있다. 해마다 남편이 창가에 예쁜 꽃을 피웠었는데 올해는 며느리가 비상식품 준비용으로 꽃대신 채소 모종 몇 가지를 사왔다. 마당 귀퉁이 땅엔 토마토를 심고 엎어 놓았던 큰 화분까지 동원해 고추, 깻잎도 심었다. 비가 오고 나니 쑥쑥 잘 자란다.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즐겁다. 아마도 비상식품 노릇을 톡톡히 할 것 같다.

채소가 무럭무럭 자랄 때쯤 아이들 학교 갈 날도 오겠고 친구들과 점심 먹을 때도 오겠지. 잘 자라고 있는 채소들을 보면 희망을 가져본다.


정현숙 /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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