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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때다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는 방역과 일상적인 경제 활동이 공존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지금까지 1개월 반에서 2개월의 시간이 코로나 확산 방지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방역과 일상의 원상복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전략을 구체적으로 검토할 때가 왔다. 물론 아직 방역 면에서 시기상조라고 느끼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경제적, 심리적 상황이 너무 황폐해지고 있다.

고사성어에 ‘학철부어’라는 말이 있다. 수레바퀴 파인 자리의 고인 물에 있는 붕어란 뜻이다.

중국 전국시대 때 무위자연을 주장했던 장자에서 나온 말이다.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운 생활을 즐겼던 장자는 어느 날 굶다 못해 감하후라는 친구를 찾았다. 형편을 이야기하고 약간의 식대를 빌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감하후는 “빌려주겠네. 2~3일만 있으면 다른 지역에서 걷은 세금이 올라오는데 그때 300금쯤 융통해 주겠네”라고 말했다. 당장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인 사람에게 2~3일 뒤에 생기는 거금은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체면 불고하고 찾아온 자신에게 화가 난 장자는 친구 집을 떠나면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남겼다.



“내가 여기 오느라고 걷고 있는데 누가 나를 부르더군. 그래서 주위를 둘러보니 ‘수레바퀴 자국에 고인 물에 붕어’가 한 마리 있었어. 왜 불렀냐고 묻자 붕어는 당장 말라 죽을 지경이니 물 몇 잔만 자신에게 부어달라고 했어. 그래서 나는 귀찮아 이렇게 말했지. 그래, 나는 2~3일 안으로 남쪽 오나라와 월나라로 유세를 떠나는데 가는 길에 서강의 맑은 물을 잔뜩 길어 줄테니 그때까지만 참고 기다리라고. 그랬더니 붕어가 화를 내더군. 나는 지금 물 몇 잔만 있으면 살 수 있는데 당신이 기다리라고 하니 이젠 틀렸소. 나중에 건어물 전으로 내 시체나 찾으러 오시게라고 하더군.”

코로나19 사태로 경제활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코로나 치료제가 나올 때까지, 아니면 최소한 더는 관련 사망자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

개인적으로는 조심스럽게, 단계적으로 사회와 경제가 돌아갈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격리와 경제 활동에 대한 제재의 장기화는 사람들에게 심리적으로 또 다른 전염병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또 경제적으로도 더 버틸 여력이 줄고 있다. 진퇴양난의 상황이라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숨통을 트여주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편이 옳지 않을까 싶다. 묶어두는 것만이 최선책은 아니다.

여러 주 정부가 더는 경제활동을 멈출 수 없다며 봉쇄 조치 완화에 나서는 것을 생각 없는 행동이나 정치적 계산이라고 치부하기도 어렵다. 실업 쇼크와 세수 감소 등에 따른 파장이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텍사스, 조지아, 오클라호마, 알래스카 등 일부 주는 지난 24일부터 제한적인 경제 활동을 허용하고 있다. 또 콜로라도, 미시시피, 미네소타주 등은 27일부터 일부 경제 활동이 재개됐다. 전국에서 가장 코로나 감염 확진자와 사망자가 많은 뉴욕도 다음 달 중순부터 건설업과 제조업 등 일부를 시작으로 경제활동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27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관련해 “우리가 복귀할 일상은 과거의 일상과 다른 낯설고 새로운 일상이 될지도 모른다”며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방역 지침과 수칙을 지키면서 일상적인 사회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새로운 실험”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모두 마스크를 쓰고 새로운 실험에 조심스럽게 한 발짝씩 내디딜 시간이다.


김병일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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