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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4.29폭동의 ‘약속’

오늘은 4.29폭동 28주년의 날이다. 참혹한 폭동의 피해자들, 그날의 악몽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떠오른다. 그날은 기억해도 그때의 공포와 분노, 억울한 감정 등은 버려야 한다.

나는 4.29폭동 당시 LA카운티 아태상담소 메디컬 디렉터로 근무하면서 2000여명의 심리상담과 350여명의 정신과 약물치료를 담당했다. 삶의 터전을 잃는 재산적 손실과 크나큰 정신적 충격으로 상담을 받은 피해자들이다. 당시 많은 한인 의사들이 상담과 치료에 참여했다.

3일을 가게 지하실에 숨어있다가 나온 업주, 가게 2개를 다 태우고 보상도 없이, 앞길이 막막한 초로의 사장 등 많은 한인들이 피해를 당했다. 업소를 잃은 그 사장은 식당에서 청소일을 했는데 나와 우연히 만났다. 그는 나에게 “제가 잃었던 것을 생각하면 저는 죽습니다. 모든 것을 잊어야만 살 수 있습니다”라고 말해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그외에 안타까운 사연이 나의 진료 기록 차트에 빼곡히 쓰여 있다.

당시 나는 피해자들에게 “세월이 좋아져 여러분들이 정신적 충격에 대한 피해 보상을 받을 때 꼭 증인이 되어 드리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아직도 그 약속을 나는 잊지 않고 있다.



폭동의 희생과 손실은 단순한 피해 보상을 넘어 우리 2세들이 다시는 이런 일을 당하지 말아야 한다는 간절한 염원으로 승화됐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LA를 떠나 텍사스, 조지아 등으로 갔다. 20여년 힘들게 가꾸어 놓은 삶의 터전을 버리고 미국이 싫다며 한국으로 떠나기도 했다.

그렇지만 많은 한인들은 LA에 남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면서 새로운 삶터를 개척했다. 4.29폭동 28주년을 맞아 재기한 한인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건강과 행운을 기원한다.


조만철 / 신경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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