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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코로나 탓으로만 돌리는 기업들

항간에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달라질 세상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거기에는 ‘진정한 강자만 살아남는다’, ‘역시 품질이 좋은 상품이 승승장구한다’, ‘결국 인수합병에 성공할 대기업이 대세’ 등의 표현이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정말 좋은 기업이라는 것은 뭘까. 어려운 시기일수록 충성도 강한 소비자들에게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아닐까.

지난 주말 인터넷 서비스 업그레이드를 위해 스펙트럼(Spectrum) 고객 서비스에 전화를 했다. 10분 정도 기다렸다 담당자와 통화 연결이 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상황이 상황이니까.

플랜을 업그레이드 했고 담당자는 가장 가까운 지점에서 새로운 모뎀을 받아 설치를 마치면 업그레이드가 마무리된다고 설명했다. 다음날 아침 찾아간 지점에서 6피트의 거리를 두고 대화한 직원은 “예전에 쓰던 모뎀을 가져와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매우 고압적인 태도와 마스크로 듣기 힘들어진 말 내용까지 불편함이 밀려왔다. 일단 서비스가 급하니 새 모뎀을 가져가서 설치하고 추후에 구 모뎀을 반환하면 안 되겠느냐고 물었지만 그는 거절했다.

5마일 거리 집으로 돌아와 다시 모뎀을 들고 찾은 해당 지점에서 다른 직원은 흥미롭게도 다른 이야기를 한다.



“새로 줄 모뎀도 똑 같은 모델인데 왜 가져오셨어요. 그냥 쓰면 되는데. 다시 가져가서 쓰세요.”

이쯤 되면 믿을만한 직원은 없어진 셈이라고 판단했다. 다시 오고 싶지는 않아 새 모뎀을 받아 집으로 향했다. 안 좋은 일은 항상 겹친다고 했던가.

두배 이상의 비용을 들인 데이터 다운로드 스피드는 실제 20% 정도 오르는데 그쳤다. 7~8배 가까운 속도 상승은 말 그대로 ‘최대의 경우(up to~)’이며, 수많은 상황과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조건(fine print)이 어디엔가 숨어있었을 테고 나는 거기에 구두로 동의를 했을 터이다.

이쯤되면 스펙트럼의 불량 서비스는 분명히 확인된 셈이지만 집에선 여전히 이 서비스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른 경쟁 기업을 찾고 가격을 비교하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며, 그렇다고 경쟁 업체의 서비스가 월등할 것이라는 자신감도 없다. 그럴 시간과 여유는 아직 없으니 나의 게으름을 탓하며 당분간 느려진 데이터 속도를 참고 쓰게 될 것이다.

많은 기업들의 고객서비스 불만 접수는 최근 최고치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보다는 코로나로 성급해진 고객들 탓이라는 변명이 첨부되는 것은 물론이다.

꼼수도 있다. 게시판 형태로 운영했던 고객서비스 접수도 모두 개별 이메일로 돌리고, 응답까지는 3~7일이 걸린다는 안내도 따른다. 그냥 코로나를 핑계대며 머쓱하게 어깨를 한번 들어올리면 모든 것이 설명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일부 한인들은 특정 한인 마켓이 코로나 기간 동안 대폭 가격을 올리는 등 고객들을 배신했다며 상황이 안정되면 책임을 묻고 불매운동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는 소식도 들린다. 가격 올림에 대한 심판을 하겠다는 것인데 두고 볼 일이다.

팬데믹이라는 위기를 거치면서 강자가 더 강해지고 약자들이 더 약해지는 것은 '아쉬운’ 필연이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려운 시기에도 고객들의 바람과 고충을 잘 이해하고 서비스한 기업이 더 인정받고 더 승승장구해야 한다.

한인기업들도 이기적인 생각을 버리고 평소 자신들을 존재하게 해준 수많은 고객들의 어려움을 다시 한번 기억하기 바란다.


최인성 / 디지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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