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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뭉치면 ‘죽는’ 시대

수지 강 / 라구나우즈
수지 강 / 라구나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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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20/04/30 미주판 16면 기사입력 2020/04/29 17:16

맏손자 한테서 전화가 왔다. 항상 할아버지 할머니를 잘 챙기는 우리 장손이다. 먼곳에 살아 할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인앤아웃 햄버거를 대접 못한다고 매달 돈을 보내온다.

반가운 마음에 언제 올 거냐고 물었다. 손자는 “안 돼요”하고 잘라 말했다. 전화 할 때마다 "할머니, 손 자주 씻으시고, 절대 밖에 나가지 마시고…” 주의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집에만 있다보니 친구들과 만나 수다떨며 보냈던 시간들이 생각난다. 이제는 그런 친구들을 만날 수가 없다.

우리 친구 하나는 자녀들이 물이랑 휴지 등을 사서 문 앞에 가져다 놓고는 전화를 했다고 한다. 나가 봤더니 물건만 있고 아이들은 없었다고 한다.

이제는 전화만 했지 부모와 자식도 얼굴을 볼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일제 때는 비행기가 뜨면 가족들을 챙겨서 손을 단단히 잡고 방공호로 대피했다. 나올 때는 살았다 싶어서 서로 부둥켜 안고 좋아했다. 6.25 때는 피란 가면서 가족을 잃을까 봐 손을 꼭잡고 떠났다.

지금은 악수도 못하고 만나도 거리를 두란다. 이승만 박사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했는데 무슨 세상이 뭉치고 죽고 흩어지면 살게 됐는지….

식당의 의자들은 다 탁자 위로 올려져 있고 커피 한 잔 놓고 즐기던 시간도 사라졌다. 개스를 넣을 때도 장갑끼고 손잡이를 잡으라고 한다.

얼마 전 남편이 치과에 갔었는데 3주 후에 다시 오라고 하더니 지금은 중환자만 받는다며 오지 말라고 한다. TV에서는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집에만 있으라고 한다.

코로나는 인간들이 얼마나 보잘 것 없은 존재인가를 깨닫게 한다. 하나님이 반드시 돌봐 주실 것을 믿으며 서로 만나 사랑으로 화답하는 행복한 날이 속히 오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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