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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커피를 내리며

지상문 / 파코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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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20/05/05 미주판 16면 기사입력 2020/05/04 19:04

기다림은 그리움의 어머니일까, 방울 져 내리는 커피를 지켜본다. 내리는 커피방울이 차오르며 더러는 그 위를 구르기도 한다. 그윽이 퍼지는 커피의 향이 달콤쌉쌀한데 방울소리는 맑아서 지켜보는 이의 지난 이야기를 감추듯 내어준다. 맨 나중 한 방울까지 기다리다 손을 뻗쳐 잔을 잡는다.

늘 하는 말 가운데 재미있는 말을 우리는 많이 갖고 있다. 구수한 냄새는 있어도 구수한 향기는 없다. 생선찌개에 향기는 없어도 매콤한 냄새는 좋아한다.

말은 뜻을 드러낸다. 설렁탕이 햄버거보다 구수하다. 뜨끈하니 속을 시원하게 풀어준다. 냄새나 맛은 물론 멋을 나타내기엔 말이 모자란다. 눈앞에 핀 꽃은 같이 볼 수 있으나 그려낼 수 없는 맛은 어찌하랴. 커피 향이 커피 냄새보다 향기롭다. 저마다 느낌이 다르고 말꼴이 같지 않으니 수학적인 하나의 답을 낼 수 있으랴.

굳이 나다닐 일이야 없다지만 집안이 좁아진 듯 답답하다. 창을 열어 햇볕과 바람을 듬뿍 받아들인다. TV를 틀고 신문을 읽는다. 세상이 산뜻하지 못하고 무거리들이 빙빙거린다. 코로나19의 시작과 창궐이 의아하다. 방역에만 주력할 수밖에 없는 오늘이 갑갑하고 어둡다.

책장에 눈을 돌려 한 권을 뽑으니 먼지가 얇게 앉아있다. 요즈음 ‘안 봐도 비디오’는 한국정치의 싸움질을 의례의 일상으로 굳혀 주고 있다. 드라마는 재벌들의 비리나 상속 문제 또는 느닷없이 나타난 혼외자식이 끼어들어 횟수를 엿가락으로 늘려 놓는다.

커피 냄새가 몇 십 년 옛 향기를 더듬어주고 있다. 다시 그 옛날로 보내준다면 무얼 해도 멋지고 맛깔나게시리 할 수 있을 텐데. 바닥에 앉은 커피를 아쉽게 들여다본다. 기다림은 그리움의 어머니, 참아내는 오늘을 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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