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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한국인 미술가들] (45) 화가 김주상

70대 중반 나이로 왕성한 작품 활동
여성·이민자 마음 표현한 수필집도 출간

화가 김주상은 1933년 서울에서 출생해 경기여고와 외국어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한국에서 동양화와 서예, 수필 등을 발표하다 80년대 미국에 왔다. 현재 플러싱에서 살면서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자신의 아파트를 화실과 서재로 꾸미고 젊은이 못지 않은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 동안 한국과 미국에서 5번의 개인전을 가졌고, 수십 회의 그룹전에 참가했다.

작품활동을 하면서도 미술가로서, 가정을 돌보는 여성으로, 이민자로서의 속 마음을 잘 드러내는 섬세한 필치로 ‘풀이면 마땅히 난초가 되고’ ‘나무일 바에야’ 등 2권의 수필집도 냈다. 교육에도 관심을 기울여 90년대부터 ‘호연회(浩然會)’를 만들어 후학을 길렀다. 제자들과 함께 격년제로 개최하는 ‘호연전’이 올해로 5회째를 맞을 정도로 성장했다.

위대한 미술가들은 대부분 몇 가지 특징이 있다. 하나는 부모나 조상 중 누군가 미술을 업으로 삼아 선대의 공을 투입했거나, 현생에 스스로 미술을 좋아해 비상한 노력을 기울였거나, 머리와 감성이 밝아 큰 노력과 장애 없이 스스로 미술의 이치를 깨우치는 경우 등이다.

종로에서 출생한 김주상은 어린 시절부터 서화(書畵)와 친숙한 환경에서 자랐다. 친조부는 근대 한국 서예와 전각의 태두로 불렸던 성제 김태석이고, 외삼촌은 한국 예술사진의 주춧돌을 놓은 사진작가 정해창이다. 김태석은 대한민국 초대 이승만 정부 출범에 맞춰 국새 제작을 맡을 정도로 전각이 뛰어났고, 특히 근대 한국 서화이론은 물론 서화수집과 감정 등에 일가를 이룬 위창 오세창과는 이종사촌간이다.



미술이든 음악이든 정치든 아니면 우동 장사 같은 사업이든 부모 자식 간에 피를 타고 흐르는 기운이 있기에 김주상은 날 때부터 기본적인 그릇은 타고 난 셈이다. 김주상은 한국전쟁 등 격변기에 경기여고를 졸업한 뒤 외국 유학을 위해 외국어대에 진학했으나 졸업 후 뿌리 깊은 유가(儒家)이자 독립운동가 이범석 장군을 배출한 집안에 시집을 가게 된다. 김주상은 명문가 집안에서 자녀를 양육하고 남편을 내조하면서 60년대부터 서화와 글짓기(수필)에 몰두했다.

김주상은 취암 이제서, 심당 김제인, 유산 민경갑 등에게 사사하면서 잠재된 미술적 재능을 끌어내기 시작했고 이어 70년대 아연회와 심우회 회원전 등 다수의 그룹전과 함께 1984년 첫 개인전을 가졌다. 김주상은 비상한 노력과 함께 타고난 지적인 능력을 바탕으로 놀랄 정도로 많은 양의 독서(讀書)와 사색(思索)을 통해 사군자와 수묵화, 화훼, 산수화(풍경)는 물론 한국화의 전통 재료를 이용한 서정성 짙은 반추상 그림 등을 샘물 솟듯이 창작해 냈다.

김주상의 수 많은 그림들 중 ‘뉴욕 정글’이라는 작품 하나만을 소개하는 것이 참으로 아쉽다. 김주상이 그린 묵화와 반추상화 등은 여류(女流) 특유의 섬세하고 단아함과 함께 자연과 생명에 대한 작가의 깊은 감성을 담고 있다. 여기에는 타고난 재능과 함께 많은 독서로 다져진 서권기(書卷氣)까지 품고 있어 귀한 보물을 보는 듯 가슴을 뛰게 한다. 김주상은 이러한 자신의 작품세계를 평이한 말로 쉽게 설명한다.

“인간은 큰 우주 안에서 살고 있는 하찮은 존재일 수 있습니다. 자연의 모래알만도 못한 것이 인간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인격(人格)을 갖고 그 자연의 이치에 순응할 수 있어 높은 가치를 가집니다. 그림은 바로 그 인간만이 가진 높은 인격과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마음을 담는 것입니다.”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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