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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단톡방에서 벌어진 일

어쩌다 들어가 있게 된 단체 카톡방(단톡방)에서 한 바탕 소동이 일었다. 요즘 한국서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위안부 단체를 둘러싼 이견 때문이었다. 누군가가 이번에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된 그 단체 대표를 성토하는 글을 올리고, 또 누군가는 그에 반박하는 댓글을 달면서 감정싸움으로까지 비화됐다.

지난 해 조국-검찰 공방 때처럼 어차피 평행선일 수밖에 없는 사안이어서 결론이 날 리 없었다. 공방이 계속되자 일부 사람들은 단톡방을 떠나고, 급기야 회장이 나서서 글 게재 규칙까지 공지하며 자제를 호소했다. 소동은 그렇게 일단락되었지만 앙금은 꽤 오래 남을 듯싶다.

동창 모임이나 단체, 교회 단톡방에서도 비슷한 일이 자주 일어난다. 수십 수백 명이 함께 있는 방이다 보니 매일 수십 건씩 글이나 영상이 올라온다. 대부분 좋은 글이고 유익한 내용들이지만 간혹 저런 걸 왜 여기다 올리나 싶은 것도 눈에 띈다. 같은 방에 모였다 해도 저마다 생각이 다르고 관심 분야가 다른데 자칫 언쟁이 붙고 볼썽사나운 싸움으로 폭발할 수도 있는 화약고다.

그럴 땐 분위기나 성격에 맞지 않은 글을 쓰거나 퍼 나르는 사람이 우선 잘못이다. 그렇다고 공동체 안에서 그 사람을 섣불리 단정지어 판단하는 것도 옳지는 않다. 직접 만나 보면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닌데 온라인에서의 완전 다른 모습에 당혹스러웠다는 이야기는 의외로 많다. 한 두 마디 말과 글로 그 사람을 이렇다 저렇다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말일 테다. 그럼에도 말과 글 때문에 상종 못 할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찍히고 마는 게 또한 현실이다.



얼마 전 페이스북 친구가 된 어느 목사님이 최근 올린 글 중 이런 부분이 있었다. “열심히 페이스북 하는 내 모습을 보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소통 잘하는 앞서가는 목사라 할 것이고, 나를 판단하는 사람은 할 일 없어 시간 보내는 목사라고 할 것입니다. 운동 열심히 하는 내 모습을 보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 관리를 잘하는 목사라 할 것이고, 나를 판단하는 사람은 세월 즐기는 풍족한 목사라고 할 것입니다.”

마치 나를 두고 한 이야기인 것 같아 뜨끔하면서도 공감이 갔다. 똑같은 사안을 두고도 보는 관점에 따라 이렇듯 좋은 사람도 되고 나쁜 사람이 되기도 하는 게 디지털 공간이다.

답은 없을까. 특정인끼리 모인 단톡방이라면 아무리 선의로 올린 글이라도 그것을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글은 자제하는 것이 옳다. 특히 비정치적 성격의 모임일수록 말없는 다수에 대한 배려는 필수다. 그게 온라인 공동체에 대한 예의다.

뭐든지 모자라서가 아니라 너무 많아서 탈인 시대다. 과식, 과음, 과욕, 과장, 과잉…. 모두가 필요 이상으로 넘쳐서 생기는 문제들이다. 말도 마찬가지다. 대통령도, 의원도, 연예인도, 단체장도 너무 많은 말 때문에 구설을 자초한다. 일찍이 공자는 모름지기 군자라면 말을 앞세우기 전에 실천을 먼저하고, 말은 그 다음에 따라야 한다(先行其言 而後從之)라고 설파했다(논어 위정편 13장). 병은 입을 좇아 들어가고 화는 입을 좇아 나온다(病從口入 禍從口生)는 옛 경구도 있다. 알맞게 제한하고 조절할 줄 아는 절제, 절제(節制)가 그래서 답이다.

언제 어디서든, 어떤 말이든 쉽게 쏟아놓을 수 있는 요즘이다. 그만큼 허언도 많아졌다. 대신 진짜 해야 할 말, 정말 들어야 할 말은 살펴 가리기가 훨씬 더 힘들어졌다. 좁은 단톡방일지언정 말은 좀 더 아끼고 글은 최대한 신중하게 풀어놓아야 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이종호 편집국장 lee.jongh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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