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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마스크 벗기 위해 마스크 써야 할 때다

2001년. 유타에서 공부할 때였다. 뉴욕세계무역센터로 돌진하는 비행기의 모습이 TV 화면 속에 비춰졌다. ‘영화의 한 장면인가’라고 의심이 들 만큼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눈 앞에 벌어지고 있었다.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특히 2002년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있었던 유타는 또다시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경계가 삼엄했다. 그렇게 동계 올림픽은 살얼음판 속에서 진행됐다. 각국에서 온 선수들이 머무는 올림픽 선수촌이 학교에 있었기 때문에 캠퍼스 역시 안전유지에 각별했다. 당시 학교 아파트에 살고 있던 탓(?)에 아파트로 들어가려면 무조건 검사를 받아야 했다. 신분증 검사는 물론이고 차량 트렁크까지 다 열어 보여줘야 했다. 안전을 위한 일이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들락거리는 집에 갈 때마다 차량 검사를 받는 일은 불편하기 그지 없었다.

9.11 이후 가장 적응이 안 됐던 변화는 항공보안에 따른 비행기 탑승이었다. 이전까지는 배웅하는 사람들이 비행기 탑승하는 입구까지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가족들이나 친구들은 공항 입구에서 작별 인사를 해야 했다. 물론 불필요할 때도 있었지만 영어를 못하는 부모님이 혼자 비행기를 이용할 때면 온 가족이 긴장을 해야했다. 사실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공항 탑승장까지 들어가지 못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다. 당시만 해도 언젠가는 다시 돌아갈 수 있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코로나 사태로 또다시 많은 것이 갑작스럽게 그리고 너무도 강제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번에도 몰랐다. 9.11테러 때보다 엄청나게 많은 변화를 몰고 올지는. 그저 불편하겠거니 막연하게 생각했다. 근데 어느 순간 그 변화는 생활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고 있었다. 일상의 소소한 재미마저 불편하고 피곤한 일로 바꾸었다.

좀 별나다고 보는 이들이 있지만 가장 좋아하는 쇼핑 장소는 홈디포다. 취미 삼아 목공을 하고 텃밭을 가꾸면서다. 게다가 집에서 5분 거리에 홈디포가 있어 주말이면 참새가 방앗간을 찾듯 들락거리곤 한다. 자주 가다 보니 이제는 어떤 물건이 어디쯤 있는지 파악하고 있어 단골 마켓에서 고추장 찾는 것처럼 쉽다. 아이들이 놀이터를 찾듯 그냥 가기만 해도 즐거운 곳이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달라졌다. 홈디포를 찾는 일은 정말 ‘일’이 됐다. 마스크를 착용해야 들어갈 수 있고 줄을 서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며 땡볕에서 기다려야 한다. 조금만 머물러도 어느새인가 비닐장갑을 낀 손은 축축하게 젖어 답답하다. 소소한 행복이 불편하고 축축해져 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마스크 착용 없이 갈 수 있었던 쇼핑도, 공원 산책도 너무도 당연하게 누리고 있었던 작지만 큰 행복이었다. 자택격리가 완화되고 경제활동이 재가동되면서 2차 확산에 대한 우려도 높다. 캘리포니아 확진자 수가 10만 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4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보건관계자들은 2차 확산을 막기 위해 외출시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사회적 거리를 유지해 줄 것을 재차 당부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주말에도 마스크를 열심히 착용하고 홈디포에 갈 계획이다. 그 소소한 재미를 다시 누리기 위해서다. 지금은 마스크를 벗기 위해 마스크를 써야 할 때다.


오수연 /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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