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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메이저리그 ‘쩐의 전쟁’

지난달 5일 한국 프로야구가 우여곡절 끝에 개막돼 미국에서도 방송됐다. 코로나19 사태 속 메이저리그(MLB) 개막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새벽마다 미국에서 한국 야구를 즐기는 재미도 쏠쏠하다. ESPN방송 등을 통해 한국 야구가 전 세계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니 이 또한 반가운 일이다.

코로나19 사태에 무리하게 메이저리그 일정을 진행하는 것보다 선수들과 관중들의 안전을 고려해 연기라는 대승적인 결단을 내린 것은 옳았다. 다만 코로나 사태, 대공황 수준의 경제 위기 그리고 미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위와 약탈까지 우울한 소식들만 넘쳐나는 상황에서 7월 초 개막도 불투명해진 상황이기에, 야구팬들의 아쉬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올 시즌 개막을 둘러싸고 아직도 메이저리그 구단들과 선수 노조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서로 견해차가 커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구단들은 선수들이 연봉을 대폭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선수들은 구단들이 시즌 개막으로 이익을 볼 수 있으니 연봉을 최대한 보전해줘야 하고 건강과 안전 대책을 철저히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각 구단은 올해 시즌이 아예 열리지 않는다면 40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선수 노조에 알렸다. 이어 코로나19 탓에 무관중으로 경기를 시작하면 입장 수입을 벌 수 없다며, 올해 구단 수입의 절반을 선수들에게 연봉으로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사실상 선수들의 기존 연봉을 삭감하겠다는 조치다. 이에 선수 노조는 ‘코로나19 합의’에서 선수들은 정규 리그 개막 후 경기 수에 비례해 자신의 연봉을 받기로 했다며 샐러리캡(연봉 총상환)과 비슷한 구단의 수입 50% 분배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메이저리그 시작을 일상생활로의 복귀로 여기는 시선이 많은 상황에서 일반인보다 엄청나게 많은 돈을 받는 메이저리거들이 연봉 문제로 시즌 개막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벅 쇼월터 볼티모어 오리올스 전 감독은 코로나19 위기에서 미국 국민이 하루하루를 버티며 메이저리그 개막을 기다리는데 선수들이 정해진 연봉을 못 받으면 안 뛴다고 말한다며 불쾌하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외계인’이라는 애칭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대투수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구단과 선수들을 향해 “이기적으로 굴지 말라”면서 “집에 머물며 야구를 보고 싶어 하는 가족을 생각해 보라”고 각성을 촉구했다.

메이저리그는 지난 1994년과 1995년 파업 때 수많은 팬을 잃었다. 팬들이 사무국과 선수 노조의 ‘돈 싸움’에 또 다시 염증을 느낄 소지가 다분하다. 그 누구도 사무국과 선수 노조에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하지만 팬들이 떠나가면 결국 메이저리그도 없다. 돈 싸움에 등을 돌린 팬들이 떠나간 후에는 경기를 열고 싶어도 열지 못한다. 사무국과 선수 노조 모두 대국적으로 생각해야 할 때이다.

1, 2차 세계대전 중에도 열렸던 메이저리그가 ‘바이러스’가 아닌 ‘돈’ 때문에 올 시즌이 열리지 못한다면 결국 그 책임은 누군가 반드시 져야 한다.


이승권 /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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