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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슬픔 속에도 따뜻했던 한나의 봄

기사를 쓸 때는 가슴이 아팠고 기사가 나간 후에는 가슴이 따뜻했다. 이달 초 코로나19로 가족을 잃은 한나 김양의 스토리를 기사화했다. 한나는 LA한인타운에 살고 있는 22세의 대학생이다.

한나의 다섯 가족은 지난 4월 모두 코로나에 감염됐다. 할머니와 아버지가 결국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는 위중한 상태로 폐이식 수술을 받아야 한다. 그렇게 22살 한나와 17세의 동생만이 집에 덩그러니 남아 두 달여를 지내고 있다. 누구보다 코로나 시대를 혹독하게 넘어가고 있는 남매다.

한나에게 2020년은 어떻게 기억될까. 사랑하는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까지 잃을까 애태웠던, 지독히도 아팠던 해?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간?

하지만 한나에게 2020년은 차갑기 보다는 따뜻한 기억 많았던 한 해일지도 모른다. 한나의 소식을 접한 이들이 내민 손길이 너무도 따스해서다.



기사가 나간 후 한나를 돕고 싶다며 많은 이들로부터 연락이 왔다. 한 독자는 “금전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부유하지는 않지만 함께 일하고 있는 파트너들과 논의해서 도움을 주고 싶다”고 전해왔다. 또 다른 독자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알려 달라”며 이메일을 보내왔다.

사우스베이 식품상협회에서는 “한나양의 소식을 접한 협회 회원들이 한마음으로 돕기로 했다. 방법을 알려달라”며 “한나가 어려운 상황을 잘 이겨내서 안정을 찾기를 모든 회원이 빌고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많은 한인들로부터 “고펀드미를 진행하고 있다면 지원하고 싶다. 정보를 알려달라” “개인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없냐”는 문의가 이어졌다.

한나를 돕기 위해 KYCC 측이 기획한 고펀드미에도 수많은 사람의 크고 작은 도움이 이어졌다. 1일 현재까지 고펀드미에 모인 기부금은 50만 달러가 넘는다. 1만1000명이 내민 손길이다.

용기의 메시지를 함께 전하는 이들도 있다. “강해져요. 한나와 한나의 가족을 위해 기도하고 있어요.”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은 한 사람으로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있어요. 기도 할게요.”

최근에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한나는 “엄마가 폐이식 수술을 위해 USC 켁병원으로 옮겨졌고 검사를 받고 있다. USC 병원은 물론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린다”며 “좋은 소식을 알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모두가 힘든 시기다. 코로나19에 성한 사람이 있을까 싶다. 어떤 이는 직장을 잃고, 어떤 이는 건강을 잃었고 어떤 이는 가족을 잃었다.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자신의 아픔보다 한나의 아픔을 위로했다. 그리고 도움을 손길을 내밀었다.

‘겨울이 온 다음에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르름을 안다’는 고사가 있다. 삭막할 것 같았던 이웃이고 때론 차가워 보였던 커뮤니티다. 하지만 한나와 함께 아픔을 나눈 이들을 보며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 생각이 들었다.

지난 3주간 한나를 돕겠다는 이들의 연락을 받으며 가슴이 따뜻했던 것처럼 한나에게도 2020년이 조금이나마 따뜻한 기억으로 남길 바란다.


오수연 /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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