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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샬롬이여, 곧 오소서!

6·25전쟁 70주년을 맞이하여 김창길 목사가 순교하신 아버지 김동철 목사를 추억하며 전쟁 발발부터 서울 수복까지 94일간의 기억을 일기형식으로 기록한 신문기사를 미주한인여성목회자협의회의 단톡방에 올리자 6·25전쟁의 끔찍한 체험담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A목사는 이화여대 교목이셨던 부친이 그때 납치돼 서대문 형무소에 갇혔다가 북으로 끌려간 후 오늘까지도 소식을 모른단다.

그후 살림만 하시던 어머니께서 머리에 목판을 이시고 성냥이나 세탁비누 등을 파셔서 보리쌀을 사서 보리풀대 죽을 끓여 4남매를 먹였는데, 막내여동생은 젖이 안 나와 알사탕을 물에 녹여서 먹였고. 결국 일찍 천국에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이분은 장녀로서 두 동생을 돌봐야 해서 학교에도 못갔다고 한다. B 목사는 6.25전쟁으로 아버지를 잃었는데 행방불명돼 돌아가셨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고 했다.

필자는 이런 뼈아픈 기억들을 들으면서 인류가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잔악한 죄는 전쟁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는 이런 아픔도 고통도 없는 세계 ‘샬롬’을 꿈꾸어 본다. 성경에서 평화로 번역되는 대부분의 단어는 히브리어로 샬롬이란 단어다. 샬롬의 뜻은 기본적으로 온전함(wholeness)·충만함 (fullness)·전체(totality)·완성(completeness)을 의미한다. 문맥에 따라 건강에 대해 얘기할 때는 샬롬은 완전히 회복된 상태를 의미하고 물질에 관해서는 번영(prosperity)·풍작(good harvest)·다산(fertility)을 뜻하며, 전쟁에 관해서는 승리를 의미한다. 인간관계에 대해서는 온전한 관계(상호 호의를 가진 조화로운 관계)를 의미하며 국가간의 관계에 샬롬이란 단어는 단순히 양국 사이에 전쟁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만이 아니라 적극적인 우정과 연합.협력의 관계를 의미한다. 평화는 샬롬의 한 부분일뿐 샬롬은 더 광범위하고 다이나믹한 의미를 지닌다. 공동체적인 맥락에 쓰일 때는 정의와 의를 기초로 공동체가 하나돼 있는 상태를 뜻한다.

하나님께서 만물을 창조하시고 “보시기에 매우 좋았더라”고 말씀하셨는데 이것은 바로 완전한 샬롬의 상태인 것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죄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인간·인간과 인간·인간과 자연 사이의 샬롬은 파괴되었고 예수그리스도의 오심으로 말미암아 깨어진 관계가 치유되고 잃었던 샬롬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그래서 기독교회는 예수님을 평강(Shalom)의 왕이라고 선포하고 있다.



교회의 “예수 그리스도는 평강의 왕” 이라는 선포는 단순히 믿음의 고백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요구하는 소명으로의 부름이다. 즉 교회와 신자 개개인은 샬롬 메이커가 되라는 부르심인 것이다. 예수님을 통하여 은혜로 우리에게 샬롬을 회복시켜 주실 뿐 아니라 동시에 샬롬 메이커로서의 직임과 책임을 부여해 주시는 것이다. 갈등과 폭력·부정의와 압제와 적의로 가득찬 세상에서 샬롬을 이룩하도록 행동할 것을 요구하신다.

얼마전 남북협력의 상징이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처참하게 폭파됐을 때 전쟁의 위기감을 떨칠 수 없었다.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고 인종간의 정의와 평등을 외치며 전국적으로 시위가 벌어질 때, 때로는 약탈과 폭력을 동반한 시위가 불꽃처럼 격화될 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전 세계에서 52만명 이상이 죽어 나가며 수 많은 사람이 직업을 잃고 이 땅이 황폐해질 때 우리 모두의 간절한 바람은 “샬롬이여, 어서 오소서”이었을 것이다. 죽음에 이르는 질병으로부터 온전한 회복을, 인종차별로부터 평등을, 잔혹한 전쟁의 위협에서 평화를 소망하는 샬롬을 간절히 기도하며 온 교회와 개개인이 샬롬 메이커로 살수 있기를 소원해 본다.


김 에스더 / 목사·개신교수도원수도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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