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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동상 수난 시대의 링컨

동상 수난 시대다. 지난 5월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미국에선 동상 철거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19일 워싱턴DC에선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 장군을 지낸 앨버트 파이크의 동상이 시위대에 의해 철거됐다. 이날은 노예 해방 기념일 155주년이었다.

대통령의 동상도 예외가 아니다. 뉴욕 자연사박물관 입구에 있는 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1858~1919)의 동상도 철거될 예정이다. 지난 1940년 설치된 동상은 아메리카 원주민과 흑인을 양옆에 세워 둔 채 말에 올라탄 모습이 문제가 됐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증손자 시어도어 루스벨트 4세는 언론 인터뷰에서 “전 세계는 구시대의 동상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박물관 앞 승마 조각상도 루스벨트 대통령의 유산으로 보기 힘들다. 이제는 동상을 없애고 앞으로 나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미국인이 가장 존경한다는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5)의 동상에 대한 철거 요구도 커지고 있다. 위스콘신 주립대 흑인 학생단체 블랙 스튜던트 유니언 등은 캠퍼스 본관 앞에 114년째 서 있는 링컨 동상의 철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단체는 “링컨이 노예제에는 반대했으나 인종주의자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링컨은 1854년 일리노이주 연설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됐다. 다른 사람을 노예로 만들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1858년 상원의원 선거 운동 기간에 열린 토론에선 “백인과 흑인 간에는 육체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사회·정치적 평등을 유지하면서 함께 사는 걸 영원히 금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사우스다코타주 키스톤의 러시모어 산에 새겨진 전직 대통령의 ‘큰 바위 얼굴’도 철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플로이드의 사망이 이런 운동에 불을 붙인 셈이다.

한국 등도 예외가 아니다.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에 있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동상은 철거를 앞두고 있다. 한 차례 화형식을 겪은 인천 맥아더 장군 동상 앞에서도 철거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1991년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된 직후 시작된 레닌 동상 철거는 3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역사에 대한 평가는 단단한 얼음을 깎아내는 고된 작업에 비유된다. 세계적인 폭염이 찾아 왔지만, 몸을 떨고 있는 동상이 적지 않다.


강기헌 / 한국중앙일 산업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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