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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철수 속병 클리닉] 미국에는 까스 활명수 같은 것 없소?

나는 번개 밥이오!

벌써 여러 해 전의 일이다. 필자가 뉴욕 지역의 한인 사회에 병원을 열고 한국인 환자들을 한창 진료하기 시작했을 때다. 하루는 연세가 지긋한 환자가 병원으로 찾아왔다. 이유인즉 최근 미국에 방문차 왔는데 소화가 잘 안 돼 불편함을 느낀다고 했다. 이제까지 팔십 평생을 살면서 소화 불량이 이렇게 오래간 적이 없었는데 이제는 식사를 한 후 체기가 오래도록 가시지 않아 식사 시간이 별로 반갑지 않을 정도라는 말이었다. 그러면서 미국에도 좋은 소화제가 있을 터이니 하나 처방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함께 온 부인은 “이이는 밥을 너무 빨리 먹어서 그래요. 그러니 소화가 제대로 될 리 있겠어요?” 하고 거들었다. “아, 소나기밥을 드시는군요” 하고 나는 당시 진료를 받던 다른 환자가 한 말을 인용하며 아는 척을 했다. 그랬더니 노인의 말이 걸작이었다. “소나기밥이면 괜찮게. 나는 번개 밥이오!”라고 은근히 자랑(?)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한국 같으면 ‘훼스탈’이라도 먹으면 될 텐데 미국에는 어떤 소화제가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노인은 1주일 후에 결국 내시경을 포함한 정밀 검진을 했고 그 결과 아스피린 복용과 관련된 양성 위궤양으로 필요한 치료를 받고 증상은 이내 사라지게 되었다.





속만 불편하면 무조건 소화제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개업한 필자는 ‘좋은 미국산 소화제’를 추천해 달라는 질문을 자주 접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미국에는 한국같이 ‘훼스탈’ ‘까스 활명수’ 같은 소화제가 시중에 많지 않기 때문이다. 특정한 환자들을 제외하고는 소화 효소제나 위장 운동을 촉진시키는 ‘건위제’들을 별로 처방하지 않는다. 특히 위장내과 전문의의 입장에서는, 환자가 소화 기관의 특정 일부를 수술 받았거나 아니면 위, 간과 췌장의 작용이 미진하여 꼭 약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권하지 않는 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화제에 친숙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마 우리 한국인들보다 더 소화제를 많이 복용하는 사람들도 없을 것이다. 최근 한국의약품 소비량 통계에 의하면 매일 1000명중 120~400명 정도가 소화제를 찾는다고 한다.

심지어 소화제를 식욕이 감퇴하거나 가스 제거 등 아무튼 배가 불편하면 복용하는 약으로 알고 있기까지 하다. 많은 경우 환자는 증상의 원인을 확실히 분석해 보기도 전에 소화제로 자가 처방 하는 경우가 많고, 그러다 보니 심각한 병을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현철수 박사 - 마이애미 의대 졸업. 예일대병원 위장, 간내과 전문의 수료. 로체스터 대학 생물리학 박사, 시카고 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 스토니브룩, 코넬 의대 위장내과, 간내과 겸임 교수. 현재 뉴저지주 의료감독위원회 위원, 아시안 아메리칸 위암 테스크포스와 바이러스 간염 연구센터를 창설, 위암 및 간질환에 대한 캠페인과 문화, 인종적 격차에서 오는 글로벌 의료의 불균형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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