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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코로나19 카오스에 빠진 미국

“앞으로 코로나19 방역을 무시하고 대규모 파티를 열면 해당 주택 수도와 전력 공급을 차단하겠다.”

최근 에릭 가세티 LA시장이 발표한 내용이다. 대규모 파티 단속에 적극 나선 것이다. 지난 4일 베벌리힐스의 한 고급 주택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이 발단이었다. 파티 참석자 200여 명 중 대부분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지키지 않아 논란이 됐다. LA카운티는 코로나19 방역 지침으로 대규모 모임을 금지하고 있다.

LA시장의 발언은 한국에서도 이슈가 됐다. 가까운 지인은 “웬만하면 마스크 좀 쓰지. 오죽하면 시장이 수도와 전기를 끊겠다고 말했겠냐”며 혀를 끌끌 찼다. 또 다른 지인은 "아이가 하도 말을 듣지 않아 용돈을 끊겠다는 것과 비슷하다. 카오스다”라고 말했다.

마스크 착용 문제로 다툼과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마스크 제대로 쓰라고 말했다가 폭행을 당한 노인이 있는가 하면, 비행기 탑승객이 마스크를 안 쓰겠다고 끝까지 고집부려 결국 회항하는 사례도 수차례 발생했다. 어디 그 뿐이겠는가. 마스크 안 썼다고 페퍼스프레이를 뿌리는가 하면 마스크 쓰고 안 쓰고는 개인의 자유라면서 단속하지 않겠다는 경찰들도 있어 논란이 됐다.



헌팅턴비치는 어느새 ‘마스크 저항’의 상징이 됐다.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들의 성지라는 것이다. 설마, 과장된 보도일거란 생각을 한켠에 안고 현장 취재를 갔다. 그런데 그곳은 정말 다른 세계였다. 연인, 친구들, 유모차에 갓난 아기를 태우고 나온 가족들까지. 마스크를 쓴 사람을 찾는 게 어려울 정도로 코로나19와는 별개의 동네였다.

인터뷰를 했다. 마스크를 왜 착용하지 않았냐는 물음엔 “이렇게 공기가 좋은데 마스크 착용할 이유가 없다”, “마스크를 써야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등의 답변이 돌아왔다. 심지어 “코로나 바이러스가 정말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건넨 주민도 있었다.

반면 팬데믹의 장기화를 우려해 미래의 피난처를 마련하는 사람들도 있다. 모든 것이 갖춰져 있는 지하 벙커를 구입하는 것으로, 대부분 중산층 이상 부호들이 고객인 것으로 알려졌다. 캔자스주에 있는 럭셔리 벙커 ‘서바이벌 콘도’의 경우, 한 유닛당 50만 달러에서 240만 달러. 무조건 현금 구입만 가능하고 선착순 판매인데도 부호들 사이에선 인기다. 락다운, 그리고 그에 따른 불안감 증가로 벙커의 판매가 급증한 것이다.

마스크는 물론, 일회용 장갑, 고글까지 꼭 챙겨 쓰는 사람도 있다. 한 지인은 “바이러스가 공중에 둥둥 떠다니고 있는데, 사람들은 코와 입만 가리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눈으로도 얼마든지 감염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급적 밖에 나가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500만 명을 넘어섰다. 17일 만에 100만 명이 추가로 확진됐다. 감염자의 40% 이상은 캘리포니아 등 5개 주에서 나왔다. 사망자는 16만 명. LA카운티는 코로나19 관련 수치들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지만 일일 확진자 수가 여전히 2000명에 달한다.

안심하긴 이르다. 각자만의 신념 아래 바이러스를 대응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억눌린 활동 수요와 심리적 갈등이 폭발하면서 생기는 각종 사건 사고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제2의 코로나 확산 국면을 초래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할 때다.


홍희정 / JTBC LA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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