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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능성 희박한 북·미 정상회담

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이란·북한과 매우 신속하게 협상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를 북·미 정상회담이 재개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그러나 그것은 희망이 앞선 과도한 기대일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거론하지 않았다. 협상이 이뤄진다 해도 정상회담 없는 교섭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보다 이란을 먼저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서두를 이유가 없다. 그가 첫 번째 북·미 정상회담을 수락한 이유는 국내 지지율을 확보하고 어쩌면 노벨평화상까지 받을 수 있겠다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구상은 하노이 회담에서 틀어졌다. 이제는 대통령이 감수해야 할 위험이 기대이익보다 크다. 설령 북·미 정상회담을 재개하고 미국 편에 유리한 협상 결과를 가져온다 해도, 유권자들이 코로나19 문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크게 상승하지는 않을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다면? 조 바이든 후보가 북한에 관해 얘기한 적은 거의 없다. 새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원한다 해도 북한이 이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 북한은 지난달에 정상회담 재개 가능성을 일축했고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북한과 미국은 서로 비슷한 정치적 걸림돌을 갖고 있다. 정상회담이 성공할 경우 북한이 얻을 이익은 미국의 기대이익보다 훨씬 크지만, 실패할 경우 북한 정권이 감당해야 할 문제는 미국 정부가 떠안게 될 짐만큼이나 심각하다. 김정은 국방위원장은 이미 하노이 정상회담 실패로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북한 정권은 식량이 바닥난 개성을 긴급 지원해야 했다. 게다가 북한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검사를 할 역량이 없는 듯하다. 북한의 의료시설은 끔찍하게 열악하다. 코로나19가 초래한 경제적 손실이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코로나19로 피해를 크게 본 나라들은 국내총생산(GDP)이 20~30% 정도 줄었다. 북한도 이와 유사한 수준으로 타격을 입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최근의 홍수로 인한 피해까지 합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할 것이다.



코로나19와 경제적 손실에 정치적 문제까지 겹쳤다. 4월 12일부터 5월 1일 사이에 김정은 위원장은 태양절 참배까지 불참하면서 두문불출했다. 5월 1일 비료공장 준공식에 모습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그 뒤로도 김 위원장은 당 중앙위원회 회의 등 반드시 참석해야 할 자리를 제외하고는 공식적인 자리에 거의 나오지 않았다. 7월 8일 김일성 사망 26주기 때는 태양궁전에 갔지만, 빈번했던 현지 시찰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러더니 7월 27일에 정전기념일을 맞아 군 간부들에게 권총을 선물했고, 8월 7일에는 황해북도 수해 현장을 방문했다. 김 위원장의 측근이자 2인자인 최용해도 7월 8일까지 잠적했다가 최근 개성 비상방역사업을 점검하는 중요 임무를 수행했다. 김 위원장과 최용해 모두 제자리에 복귀한 것이다.

한편 김 위원장 여동생 김여정 제1부부장은 갑자기 사라졌다. 지난달 초엔 공식 활동이 급증했는데 최근 공식 활동이 보고된 바가 없다. 정확한 정황은 알 수 없으나, 이 같은 상황은 권력다툼으로 인한 혼란을 시사한다.

북·미 양측의 정치적 계산과 코로나19의 영향, 어려운 시기에 모험을 시도하는 데 따르는 부담 등으로 미루어 보아 가까운 미래에 북·미 정상회담이 재개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물론 북한 문제는 급변하기도 한다. 정상회담이 재개된다는 떠들썩한 선전을 갑자기 다시 듣게 될 수도 있다.


존 에버라드 /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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