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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한국인 미술가들-50] 화가 주선옥- 인간, 자연, 그리고 추억

서정적 필치로 다양한 소재 표현
늦깍이 데뷔…팔순 넘어서도 활동

화가 주선옥(82)씨는 평안남도 평양에서 태어나 평양 정의여고를 졸업하고 1945년 광복 1년 뒤인 19세 때 남한으로 내려와 조양보육학교를 졸업했다. 한국에서 살다 1969년 아르헨티나로 이민 가서 10년 동안 살았고 이후 1979년 미국에 들어와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봉제공장을 하다 은퇴했다.

현재는 뉴저지주 포트리에 살면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지난 2007년 대표작 50여점을 모아 뉴저지주 팰리세디움 대원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주씨가 늦은 나이에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은 기적에 가깝다. 연어가 태어난 곳을 찾아 회귀하는 것처럼 인생의 늦은 나이에 미술의 세계로 돌아온 것이다. 팔순을 넘긴 주씨가 그려 내 놓는 작품들은 한마디로 경이적이다.

“평양에서 여고를 다니던 시절 늘 학교에서 뽑혀 모란봉에 가서 그림을 그렸습니다.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고 이민하고 생활하느라 그림을 그리지 못했지만 늦게나마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 것이 정말 기쁩니다.”

주씨가 늦은 나이에 다시 그림을 그린 것도 그렇거니와 더 신비로운 것은 작품 수준이다. 미술은 누가, 언제, 무엇을, 어떻게 그렸느냐에 따라 내용과 형식에서 광대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미술은 그리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 모두 ‘감동’이라는 공통의 목적을 지향한다. 주씨의 그림은 그의 나이나 이력을 떠나 그려진 그림 자체만으로도 놀라운 감동이다.



주씨가 남편 타계 후 다시 그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예수가 문 앞에 와서 문을 두드리는 장면 등 기독교적인 내용의 성화를 많이 그렸다. 그러던 것이 주위의 일상 생활과 자연 풍경, 정물, 인간, 추억 등을 담는 대담한 구도와 화려한 색상, 특유의 파격적인 필치를 구사하는 그림으로 심화하고 발전했다.

그의 그림에는 산과 골짜기, 초가집 풍경과 함께 뉴욕 인근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는 사람들이 정감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꽃을 그린 정물화와 미국의 시골 풍경이 대단히 서정적인 필치로 나타나고 오래 전에 떠난 아르헨티나의 산하와 추억의 인물들이 한편의 시처럼 펼쳐진다. 주씨의 그림들은 자신의 주위에서 발견되는 사실적인 소재도 그렇거니와 형태와 색감, 구성 등에서 놀라울 정도의 감성적이고 분방한 표현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또 주씨의 그림에서는 북방 미술 특유의 대륙적 야성(野性)도 드러난다. 이것은 색채와 구도 등에서 인상주의나 사실주의 계통의 작품과 또 다른 강한 느낌을 준다. 화려하지만 결코 지나치지 않고, 형태가 파격적이지만 전체적으로 조화와 질서를 갖고 있다. 주씨가 나이를 뛰어넘어 이 같은 독자적인 표현세계를 쌓아 올릴 수 있었던 데는 그림에 대한 깊은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리면 배도 안 고프고, 골치도 안 아픕니다. 어떤 때는 새벽 2시, 3시까지 그림을 그립니다. 그림을 그리면서는 깊은 평화와 기쁨을, 완성하면 큰 성취감을 느낍니다. 내가 좋아해서 그린 그림, 그 그림을 통해 많은 분들이 평화와 기쁨을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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