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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고용, 코로나 시대의 화두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취임 초기 강한 인상을 주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휘둘릴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에게 노골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했다. 경제의 걸림돌이라며 대놓고 연준을 몰아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휘몰아치자 파월 의장의 진가가 빛을 발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위기에서 파월 의장은 신속하고 의연하게 미국 경제를 지휘했다.

지난달 27일 잭슨홀 미팅에서 파월 의장은 시대의 화두를 꺼내 들었다. 고용이었다. 폴 볼커 의장 이후 연준의 지상목표였던 물가 안정보다 고용을 앞세우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러고 보니 코로나의 북새통에 잠시 깜빡했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그 무수한 우려를. 1995년 제러미 리프킨이 ‘노동의 종말’을 발간한 이후 일자리와 고용 감소는 모두의 고민이었다.



리프킨은 특히 블루 칼라 일자리의 종말을 우려했다. 지금은 AI가 이미 화이트 칼라까지 위협하고 있지만, 아직도 취약한 쪽은 블루 칼라다. 실제로 코로나 이후 실직 상황을 보면 고소득자는 큰 변화가 없지만, 저소득층은 주저앉았다고 할 정도로 심각하다.

IT와 온라인의 득세에서 보듯 코로나는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강력한 가속도를 붙였다. 고용과 일자리 위기도 그렇다. 처음엔 저소득층이었으나 이제는 그보다 여건이 좋은 직장으로 물이 차오르고 있는 듯하다. 지난주에 나왔던 코카콜라 4000명, MGM 1만8000명 감원은 그래서 그 충격이 작다고 할 수 없다. 게다가 IT 기업으로 다우지수에 새롭게 편입한, 잘 나가는 세일즈포스조차 주가 급등에도 감원에 나섰다.

코로나 이후 주식시장은 무서운 힘으로 상승을 거듭하고 있다. 나스닥은 무려 40번이나 고점을 갈아치웠다. 나스닥의 대표적 기업인 애플은 미국 기업으론 처음으로 시가총액 2조 달러를 넘었다. 애플의 직원은 13만7000명이다. 이번에 감원에 나선 코카콜라는 시가총액이 2140억 달러로 직원은 8만6200명이다. 시총 대비 고용을 따지면 애플이 코카콜라의 10배는 될 법도 하지만 실제로는 2배가 안 된다.

최근 증시의 기린아인 테슬라만 해도 그렇다. 테슬라는 부품산업과 정비에서만 일자리를 줄이는 것이 아니다. 딜러십도 없앴다. 고정 가격으로 인터넷에서 주문하면 끝이다. 딜러도 가격 흥정도 없다. 오래전 대우자동차는 미국 시장에 진출하며 딜러십 없는 고정 가격을 내세웠다. 그때 대우자동차의 시도는 무모한 도전으로 비웃음을 샀지만 이제 테슬라의 딜러제도 폐기는 그 누구도 비웃지 않는다.

물가 억제는 1979~1987년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지낸 폴 볼커의 유산이다. 당시 13%까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볼커 의장은 금리를 21%까지 올렸다. 기업들은 도산하고 실업률은 10%대까지 치솟았지만, 볼커는 끝까지 밀어붙여 물가를 잡았다.

그 위대한 유산을 파월 의장은 이제 고용 뒤에 두겠다고 선언했다. 물가가 순간 2%를 넘어도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2%의 기준을 특정 시기가 아니라 일정 기간으로 넓히는, 파월 의장의 새 정책인 평균물가목표제다.

고용의 시각에서 보면 최근 로빈후드로 모여든 개미 투자자도 달리 보인다. 이들의 주식투자는 기관에 대한 개미의 반격, 혹은 탐욕에 눈이 먼 개인의 무모한 돌진으로 폄하되기도 했다.

하지만 달리 보면 이들은 그저 고용의 겨울을 예감하고 도토리 하나라도 더 쟁여두기 위해 필사적으로 산길을 오가는 다람쥐에 가깝지 않을까. 고용 혹은 일자리는 그만큼 위태롭다. 통화 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될 만큼.


안유회 경제부장 ahn.yooho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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