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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한국인 미술가들-52] 화가 최영욱 '도자기 곡선은 우리 인생길'

달항아리 연작으로 사람 인연 표현
'갈라졌다 이어지고 다른 듯 하나로'

화가 최영욱씨는 40대 중반으로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미대와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고 작품활동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와 현재는 뉴저지주 테너플라이에 살면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의 가인 갤러리와 김내현 갤러리, 뉴욕의 아트게이트 갤러리 등에서 10번이 넘는 개인전을 가졌고 70회 이상의 그룹전에 참가했다.

대부분의 현대 작가들이 그러하듯 최씨는 구상과 추상, 격정과 정제, 방황과 진화의 세월을 거쳤고 현재는 한국의 전통 도자기인 달항아리 연작을 그리고 있다.

최씨의 그림은 단순하다. 두 개도 아닌 단 하나의 달항아리가 화면을 온통 가득히 채우고 있는 모습을 유화와 아크릴릭 등 여러 가지 매체를 사용해 그리고 또 그린다.



항아리의 형태는 둥글고 단순하지만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도자기 표면에 나 있는 균열과 색 바랜 것까지 하나 하나를 세필을 사용해 정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수도 없이 이어지는 그의 달 항아리 그림 시리즈는 뭔가 오랫동안 같은 것을 끊임없이 만드는 장인의 모습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보는 사람들에게 달 항아리는 그저 항아리일 수 있지만 그에게 있어서는 더욱 확대된 의미가 있다. 최씨에게 달 항아리는 ‘연(緣·karma)’이라는 그림 제목이 말해주듯 인간 인연(因緣)을 미술적 감성으로 드러내고 있다.

“도자기는 단순한 그릇이 아닙니다. 도자기는 우리의 인생사와 많이 닮았습니다. 도자기의 선은 우리의 인생 길과 같습니다. 갈라지고 이어지고, 비슷하면서도 다르고, 다른 듯 하면서도 하나로 어우러집니다. 나는 그 도자기 안에 나의 기억을 넣어주고 보는 사람은 기억을 더듬어 결국 우리는 만날 수 있습니다.”

최씨의 작품은 보기에는 달 항아리 하나 덩그렇게 그려져 있어서 보기 쉽고 이해하기 쉽다. 그저 달 항아리가 갖고 있는 넉넉한 모양과 푸근한 정서를 가슴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아마도 작가는 달 항아리를 그리면서 보는 사람들에게 그림이 가진 여유와 평화를 전달하고자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최씨의 달 항아리 그림은 보다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다. 작가는 이를 나름대로의 용어인 ‘기억(記憶)의 이미지화’라는 핵심어로 압축한다. 이를 풀어 말하자면 ‘작가가 갖고 있는 기억을 어떤 형태나 모양(달 항아리)으로 그려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기억’은 무엇이고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과연 무엇인가. 그 이미지는 또한 보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해지고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 최씨는 깊은 예술적 사색을 통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나의 그림은 기억의 이미지화입니다. 기억은 이미지를 만들고 또한 이미지를 통해 표출됩니다. 그림을 그릴 때 나의 지각과 경험에 근거해 (어떤 그림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 하는) 의도와 감정이 나오고 이 과정에서 소재나 재료, 색감을 선택한 뒤 구체적인 이미지를 표현합니다.

이렇게 그려진 달 항아리는 내 삶의 기억을 드러내는 이미지이고 동시에 보편적인 인간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달 항아리 그림은 내 삶의 이야기이지만 그것은 우리 모두의 삶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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