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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불타는 산, 불타는 지구

평소 사이가 좋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만났다. 14일 새크라멘토에서 대통령이 가주 산불 사태에 대해 보고받는 자리였다. 두 사람은 산불을 놓고 다른 주장을 폈다. 먼저 가주 천연자원부 국장이 ‘기후변화’가 산불의 주요 원인이라고 했고 뉴섬 주지사는 과학이 증명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 우려를 일축하며 ‘부실한 산림 관리’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해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한 트럼프 대통령은 ‘관리를 잘하면 산불은 안 난다’고 했다. 두 사람의 격론이 있던 그날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델라웨어 연설에서 트럼프를 ‘기후 방화범’이라고 비난했다.

캘리포니아 등 서부 주들이 최악의 산불 사태를 맞고 있다. 케이트 브라운 오리건 주지사는 매년 평균 50만 에이커 정도의 산림이 불에 타는데 올해는 지난 한 주 사이에 100만 에이커가 소실됐다고 밝혔다. 워싱턴주도 마찬가지다. 지난 12번의 산불 시즌에 불에 탄 만큼의 면적이 불과 하루만에 전소되기도 했다.

기후변화로 날씨가 점점 덥고 건조해지고 있다. 환경학자들은 금세기 말까지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최고 55인치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대기로 이산화탄소와 개스들이 방출되면서 지구 온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구 기상 관측이 시작된 1880년 이후 단기간의 부침은 있지만 온도는 꾸준히 올랐다.

임박하지 않거나 실체가 보이지 않는 위협에는 무감각해진다. 기후변화는 직접 느끼지 못하지만 시시각각 다가오는 재앙이다. 피해는 지구 전체에 영향을 준다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2000년대 이후에 집중됐다. 산불 통계가 시작된 1932년 이후 화재 면적이 가장 컸던 20건의 산불 중 17건이 2000년 이후 발생했다. 최다 사망자를 기록한 20위권 중에서 12건, 건물 피해 규모가 컸던 20위권 중에서 16건이 최근 20년 사이에 몰려있다. 화재 예방과 진압 방식이 발전한 21세기에 오히려 대형 화재가 더 많아지고 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캘리포니아주 산불로 330만 에이커 이상이 불탔고 이는 커네티컷주의 면적과 비슷하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가주 산불 대형화 추세의 원인을 분석했다. 고온건조한 기후, 사람들의 부주의, 산불 진압 방식의 변화, 샌타애나 바람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은 기후변화다.

컬럼비아대학 라몬트 도허티 지구연구소의 파크 윌리엄스 생명기후학 교수는 “고온의 날씨가 나무를 마르게 한 상태에서 불꽃이 튈 때 불이 붙는 것은 당연하다”며 “가주의 경우 기후변화로 앞으로도 대형 산불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산불의 규모가 커지고 파괴적으로 변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경고했다.

산불 원인의 상당 부분은 인간의 부주의에서 비롯된다. 최근에는 홈리스로 인한 산불도 크게 늘었다. 하지만 나무가 불에 접촉했을 때 쉽게 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근본 원인은 기후변화다.

트럼프는 서부 주 산불 사태와 관련해 관리 책임을 비난하며 “점점 더 시원해지기 시작할 것이다. 그냥 지켜보자”고 했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4년 더 보내게 되면 “미국의 더 많은 지역이 불에 탈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는 정치적 사안이 아니다. 정견이나 이념을 초월하는 생존의 문제다. 지금 산이 불타고 있다. 지구가 불타고 있다.


김완신 논설실장 kim.wanshi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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