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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나의 K-방역 체험기

김지현 / 수학자·수필가
김지현 / 수학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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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20/09/25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20/09/24 18:42

LA공항은 텅 비어 있었다. 한밤중 출발 비행기여서 더 한가했을 것이다.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올라탔다. 스튜어디스 네 명이 유니폼 위에 하얀 마스크와 방호복을 입고 입구 쪽에 서서 환영인사를 했다. 그 낯설은 풍경에 갑자기 겁이 났다. 흰색 방호복 때문이었던 것 같다. 흰색에 대한 공포를 루코포비아(Leukophobia)라고 하는데, 한국인의 경우 하얀 소복, 하얀 국화, 하얀 종이꽃 상여같이 흰색은 죽음을 연상하는 컬러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좌석에 앉았을 떼 신경 쓰이는 것이 코끝을 파고드는 향수 냄새였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환기에 각별히 신경을 쓰라고 한다. 마스크를 쓸 때도 숨쉬는 공기가 밖으로 직접 나가지 않게 해야 한다. 그런데 스튜어디스들이 지나가면서 향수 냄새를 발산하니 마치 냄새 분자에 바이러스가 붙어서 함께 날아다닐 것만 같았다.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는 향수도 자제해야 될 것 같다.

인천공항 도착 후 먼저 자가격리자 앱을 설치하고 격리 기간 동안 지낼 곳의 주소와 연락처를 제출했다. 하얀 방호복을 입은 군인들이 일일이 전화해서 제출한 곳을 확인했다. 사람이 별로 없어서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다. 국가에서 동원시킬 수 있는 인력이 있다는 건 재난 상황에서 대단한 혜택이었다.

외국에서 온 사람들은 경찰들의 안내를 받고 단체로 움직였다. 불특정 다수와 함께 이동하니 마치 죄수가 된 기분이었다. 단체로 공항 리무진을 타고 광명역으로 간 다음 각자의 목적지 티켓을 샀다. KTX는 격리용 기차칸에 외국에서 온 사람들의 이동을 따로 관리했다. 나는 독일에서 온 아가씨, 영국에서 온 가족 세명, 중국에서 온 학생 5명과 함께 광주로 향했다.

도착한 후 우리 일행은 대기하고 있던 노란 승합차를 타고 소방학교로 실려갔다. 그 작은 차에 사람과 짐이 가득 찼다. 만약 코로나에 걸린다면 거기서 옮기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소방학교도 역시 하얀 방호복장의 군인들이 근무하고 있었다. 우리는 각자 방을 배정받은 후 방문 앞으로 찾아온 간호사들에게 검사를 받았다. 음성이 나오면 각자 집으로 갈 수 있다고 했다. 대중교통 이용은 금지하니 가족이 데리러 와야 했다. 테스트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두 끼의 훌륭한 도시락이 제공되었다.

누구도 겪어보지 못했던 사태를 맞아 국가마다 대응 방식이 다르다. 한국은 미국과 달리 철저하게 관리를 하기 때문에 그만큼 개인의 자유가 침해당하는 느낌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많이 불편했고 그 정도의 대응이 과연 필요한가 싶기도 했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미국에서 온 나는 적성국에서 침투한 코로나 바이러스 유발 생물병기이다. 한국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위협적인 존재임으로 전방위적 대응을 하는 것이다. 밤낮없이 수고하는 군인들과 경찰들, 보이지 않는 행정력이 있기 때문에 그나마 국가간 이동이 가능한 것이다.

한국은 코로나 안전국가 3위라고 포브스가 발표했다. 자가 격리를 하면서 지나온 과정을 돌이키며 새삼 그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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