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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한인사회 역사를 ‘남긴’ 사람들

장병희 / 디지털부 부국장
장병희 / 디지털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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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20/09/25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20/09/24 18:43

지난 7월10일 한국전의 주역 백선엽 장군이 타계했다. 70년 전 전쟁 당시 장군이었다면 정말 오래된 인물이다. 그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미주중앙일보 독자들은 2010년 한국전 60주년을 맞아 14개월간 본국판에 연재된 ‘남기고 싶은 이야기-내가 겪은 6.25와 대한민국’을 통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던 대한민국을 구한 백 장군의 활약상을 봤기 때문이다.

회고라는 장르가 객관적인 기술에 의해서가 아니고 일방적인 측면이 있어서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으나 중앙일보가 명예를 걸고 ‘남기고’를 연재했으니 그런 여지는 줄어들었을 것이다.

백선엽 장군의 ‘남기고’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은 한국전쟁에 대한 깊은 이해가 가능했다. 개인적으로도 수많은 참전용사들의 수기를 읽었지만 큰 틀을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같은 시리즈로 영화배우 신영균을 통해서는 한국 영화 여명기에 대한 이해가 가능했다. 지금은 영상 자료도 남아 있지 않은 영화 이야기는 나이 많은 독자들은 물론, 장년의 독자들도 좋은 읽을거리였다.

덕분에 중앙일보 독자들이라면 기억할 수 있을 인물이 많다. 한국 과학계의 대부격인 정근모 박사, 대통령 권한대행 고건, IMF의 경제대통령 이헌재, 남자배우의 대명사 강신성일, 태권도의 황제이며 IOC부위원장 김운용, 대중 음악 작곡가 길옥윤, 뇌과학의 아버지 조장희 박사, 한국 기타의 신 신중현, 한국 스포츠 근대화의 아버지 민관식, 작가 한운사, 포철신화의 철강왕 박태준, 만년 2인자 김종필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런 스토리를 보면서 항상 마음 한구석에 아쉬움이 있었다. 한인사회의 인물을 통해서 미주 이민 역사를 알고 싶었다. LA한인타운을 일군 올드타이머들의 얘기가 별로 남아 있지 않다. 타운 터전을 선택했다는 소니아 석 여사, 타운에 한국식품점을 시작한 이희덕씨 등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또한 LA폭동 당시 전국적으로 한인들을 대표했던 앤젤라 오 변호사의 스토리도 알고 싶다.

그나마 2000년 이후 이들을 다룬 기사들은 디지털로 웹사이트에 남아 있지만 마땅한 기획 시리즈가 없어서 안타까웠다. 이제까지 타운 인사의 기사는 당장 닥친 행사나 비즈니스 마케팅을 돕는 이름 알리기인 경우가 많았다.

“나 죽어서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알면 뭐하냐”는 얘기도 할 수 있겠지만 역사는 사람들의 스토리 모음이다. 그런 뜻에서 한인사회의 큰 어른 민병수 변호사의 남기고 싶은 이야기 시리즈에 거는 기대가 크다. 수년 전 수잔 안 여사가 병환 중이라는 얘기를 듣고 그의 기록이 별로 없음을 후배 기자와 함께 아쉬워했던 적이 있다. 도산 선생의 따님이기도 했지만 2차 세계대전 당시 한인 이민선조들의 삶과 생존 이야기가 궁금했다. 결국 그들의 이야기는 한인 후배들의 이야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했던 전기(biography)는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전기다. 잡스는 자신이 췌장암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시점에서 유명한 작가를 고용해 죽어가는 자신이 직접 해줄 수 없는 자기 이야기를 어린 자녀들에게 남겨주려는 목적으로 책을 쓰게 했다. 작가는 잡스의 주위 사람 100여 명을 인터뷰해서 그 책을 냈다. 잡스의 스토리에는 IT시대로 들어서는 시기의 결정적인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누구든 어떻든 이야기는 남기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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