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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세대 교체와 언어 교체

한인 단체들의 젊은층 영입이 늘면서 이민 1, 2세대 간 소통의 어려움을 뒤따르고 있다. 1세대들은 영어가 어렵고, 2세대들은 한국어가 완벽하지 않은 탓이다.

2세들이 다수를 이루게 된 단체에서는 1세대를 은근히 무시하는 일까지 일어난다. 극단적인 예가 지난해 말 인권단체인 민족학교의 경우다.

당시 민족학교 1세대 여성 실무진들은 민족학교가 영어에 미숙한 한인 여성 실무자들의 임금을 차별 지급했으며 그해 노조 결성 과정에서도 배제 당했다고 주장했다.

윌셔 센터-코리아타운 주민의회에서는 1세대 대의원들이 줄 사임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임기 6개월을 남겨두고 대의원 16명 중 8명이 사퇴했다. 표면적으로는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듯했다. 하지만 근본적 원인에는 '영어'가 한몫을 했다.



코로나19로 내부 회의가 모두 온라인으로 전환됐다. 통역 지원도 쉽지 않았다. 1세대들은 소통의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나 온라인 미팅이 이어지면서 영어가 불편한 한인들이 배려받지 못하는 모습이었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한 현직 대의원은 “코로나 이후 화상 미팅으로 전환되면서 통역이 잘 안 되기도 했고, 한인 대의원들이 발언해도 잘 안 받아들이거나 빨리 지나가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2세 한인이 최초로 LA한인회장에 당선됐다. LA한인회가 진행한 사전 비대면 공청회에서 한인들은 회장의 자격으로 완전한 영어와 한국어 구사를 꼽았다. 그만큼 한인사회를 이끌고 갈 차세대 지도자에 '언어 능력'은 불가피한 영역으로 평가한 것이다.

한인사회의 덩치가 커지면서 '영어'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되고 있다. 그동안 1세대가 주도한 단체들은 모든 일을 한국어로 진행해도 문제 될 것은 없었다. 하지만 1세대의 은퇴가 시작되고 어느덧 나이가 찬 2세대들의 영입이 시작되면서 영어는 중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많은 한인 단체들이 공식 석상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불편함과 아쉬움을 토로하는 1세대들이 많다. 이렇게 되자 1세대들이 스스로 물러나면서 단체가 없어지거나 주도권이 2세에게로 넘어가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단체의 성격이 바뀌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세대교체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하지만 단지 '언어' 때문에 1세대의 흔적이 지워져서는 안 된다. 1세대들도 달라져야 한다. 어느 정도의 영어 구사는 필요하다. 단체를 지킬 수 있을 정도의 언어 능력은 필요하다. '한인이라서' '한인타운이니까' 식의 안일한 태도는 이제 힘을 싣지 못한다. 막무가내로 언어의 배려를 바라는 것도 이제 소수가 내는 힘없는 소리로 취급받기 십상이다.

하지만 2세들의 이해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미국에 살면서 영어는 당연한 것이 아니냐'라는 주장이 그래도 아직 한인사회에서 어색한 것은 한인이라는 주체가 끼어 있기 때문이다.

1세대들은 한인 단체니 '한국말'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영입될 차세대들과의 소통을 위한 언어에 대한 노력을 이어가면서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이룩해야 한다.


장수아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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