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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우리들의 이야기, 영화 ‘미나리’

할리우드 영화에서 한인(Korean) 역할이 등장하면 반갑다. 2006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크래쉬(Crash)’는 서로를 끔찍이 사랑하는 중년 한인 부부가 등장한다. LA에 사는 남편은 흰색 밴으로 생계를 꾸린다. 아내는 병원에서 막무가내 예의도 안 지키고 다친 남편만 찾는다. 남편은 알고 보니 중국인 밀입국 브로커로 돈만 밝히는 어글리 코리안.

2008년 개봉한 키아누 리브스 주연 ‘스트리트 킹(Street Kings)’의 시작은 LA한인타운이다. 경찰역인 키아누 리브스는 한인타운 노래방 단속 중 “너네들(코리안)은 죄다 벤츠, BMW, 렉서스만 타고 다니냐”며 비하 발언을 일삼는다. 감독은 미안했는지 다른 경찰 대사로 “(강경 진압을) 한인사회가 알면 가만있지 않을 거다”라며 인사치레는 한다.

2009년 개봉한 해리슨 포드 주연 ‘크로싱 오버(Crossing Over)’는 LA이민자 삶을 날 것 그대로 담았다. 서류미비자 단속부터 소수계 이민자 가정 갈등까지. 영화 속 세탁소를 운영하는 한인 가정은 시민권 선서를 앞두고 있다. 10대 아들(저스틴 전)은 꼰대 아빠가 못마땅하다. 친구들과 어울리다 한인 마켓 강도질까지 한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주연인 영화에서 다루는 한인 모습은 ‘변방’이다. 현실을 반영했다지만 때론 지나치게 편협하다. 할리우드 영화가 한인과 한인사회를 다루려는 노력은 반갑지만 우리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은 아쉬움은 크다. 그들 눈에 코리안은 아직 미국사회 주인공이 아니라는 시선도 느껴진다.



할리우드 한인 배우와 감독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이들은 최근 10여년 동안 주류사회와 세계에 한인사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저스틴 전은 2017년 한인가정사를 다룬 ‘국(Gook)’을 감독·조연했다. 등장인물을 백인으로 바꾸는 ‘화이트워시’ 반발 캠페인으로 유명했던 존 조는 2018년 ‘서치(Searching)’ 속 한인 아버지 역할로 호평을 받았다. 이들은 한인은 만년 조연·단역이란 분위기에 일침을 가한다. 한인과 한인사회가 미국의 한 축임을 영화로 알린다.

최근 개봉을 예고한 ‘미나리(MINARI)’는 한인이라면 놓쳐서는 안 될 영화다. 영화는 한인 2세 정이삭 감독이 1980년대 아칸소 시골 마을에 정착한 한인 가정을 다룬 이야기다. 부부인 제이콥(스티븐 연)과 모니카(한예리)가 캘리포니아에서 이민 정착 실패 후, 아들 데이비드(앨런 김)와 딸 앤(노엘 조)과 함께 아칸소 시골 농장을 일구며 재기를 꿈꾸는 내용이다. 순자(윤여정)가 한국에서 오면서 한인 2세와 외할머니의 교감도 다뤘다.

올해 선덴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 관객상을 받았다. LA타임스, 뉴욕타임스, AP통신, 영화매체 버라이어티는 ‘올해의 영화,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 가능성’까지 보도한다. 흔치 않은 찬사다. 한인 가정 영화라고 치부할 일이 아니다. 예고편(유튜브 ‘MINARI’ 검색)을 보면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우리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담았다. 다인종 이민자와 후손들은 공감 댓글을 남긴다. 한인 이민자 가정의 삶이 미국의 보편적 정서를 일깨운다는 박수다.

우리 이야기가 할리우드, 미국의 자랑스러운 유산으로 자리매김하는 순간이다. 한인 1세대 부모를 위한 헌사도 담겼다.


김형재 /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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