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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마스크를 쓴 산타클로스

유년 시절, 12월 24일 밤이 되면 쉽게 잠들지 못했다. 산타가 올해는 어떤 선물을 주실까, 편지에는 무슨 내용이 담겨 있을까. 생각의 꼬리를 물다 보면 설레는 마음에 입꼬리가 귀에 걸리곤 했다. 그때 상상했던 산타의 모습은 단연 빨간색 옷을 입고 곱슬곱슬 흰 수염이 멋들어진 할아버지. 그 옆에 루돌프도 빠질 수 없다.

그렇게 자는 척하며 기다리다 방문이 열렸다. 실눈을 뜬 채 기다렸다. 콩닥콩닥. 머리맡에 선물이 놓여지고 다시 문이 닫혔다. “산타가 아니라 엄마잖아?” 그 때의 감정은 서른 중반이 된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실망감이다. 그러고 보니 카드에 남겨진 산타의 글씨체도 엄마와 똑같았다. “진짜 산타는 없구나.”

산타의 동심은 언젠간 깨지고 만다. 부모는 그 순수한 기간을 조금이라도 연장하고 싶어 갖은 애를 쓴다. 산타와 사진 한 장 찍기 위해선 지정된 장소에 몇 시간씩 줄을 서 기다려야만 했다. 산타와의 식사 자리를 겨우 구한다 하더라도 정작 할아버지와 아이의 만남은 1분이 채 되지 않는다. 산타를 만나기란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올해는 산타가 집으로 방문을 하기도 한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로 외부에서 산타와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신 동심을 지켜주고 싶은 아빠들이 산타로 분장했다. 외부 모임이 금지된 상황에서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을 터. 마스크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똑똑한 아이들은 “산타 할아버지가 핀란드에서 넘어오느라 마스크를 썼군요”라며 재치를 발휘하기도 한다. 일각에선 “산타도 바이러스에 걸려요?”, “산타도 미국에 온 김에 백신을 맞고 가면 좋을 텐데”, “산타 할아버지, 손 씻었어요?”라는 돌발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들이다.



컴퓨터 또는 휴대폰만 있으면 내가 원하는 시간에 산타를 볼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화상 전화 프로그램 줌을 통해 산타를 만나는 이색적인 장면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길게 줄을 서지 않아도 산타를 쉽게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아이들은 온라인을 통해 산타와 셀카를 찍고 마주보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도 가질 수 있게 됐다.

산타가 타고 다니는 루돌프 썰매 대신 통유리 트럭을 탄 모습도 화제가 됐다. 캐나다의 한 지역에서 산타클로스로 분장한 이 사람은 투명 유리 상자처럼 꾸민 트럭을 타고 순회하며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다. 통유리 밖으로 사람들이 몰리면 함께 사진을 찍기도 한다. 상점 계산대에 보호 유리창을 설치해둔 것과 비슷한 이치. 비록 산타가 통유리에 갇혀있어 선물을 건네받을 순 없지만 아이들에겐 소중한 추억이 되었을 것이다.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주기 위한 노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한 전문가는 “산타는 바이러스에 면역을 갖췄다. 각국 정상들이 검역조치를 완화해 산타가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입국한 산타의 자가격리를 걱정하는 아이들을 위한 착한 거짓말이다.

코로나로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여전히 변함없다는 걸 느낄 수 있는 2020년 12월. 모두가 동심으로 돌아가는 크리스마스 시즌, 아이들의 꿈과 희망은 산타의 존재와 함께 더욱 빛날 것이다.


홍희정 / JTBC LA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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