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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몸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 그동안 정신 우선주의로 살아왔다. 책을 무척 좋아하는 친구에게 요즘 무슨 책을 읽느냐 물으니 몸에 관한 책이라고 한다. 평생 책 속에 파묻혀 신선놀음하던 그가 요즘 몸으로부터 이상 신호를 받았다. 손끝을 가시에 찔리기 전까지는 손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사는 것이 우리 아닌가.

그동안 우리는 참 몸을 무시하며 살아왔다. 몸이 없는 정신은 유령이고 정신없는 몸은 시체에 불과하다. 오랜 사경을 헤매다가 숨이 끊어지고 정신 줄을 놓으면 시체가 된다. 인간은 몸과 마음이 공존할 때만 존재한다. 인간의 몸과 마음은 각각이지만, 이 둘은 서로 연관되어 있고 서로 깊은 영향을 준다. 심신 일원론을 주장한 17세기의 스피노자는 ‘마음은 몸의 관념, 단지 뇌의 표상이 아니라 몸의 표상’이라는 견해를 폈다. 인간의 몸이 마음에 영향을 끼치고 마음 역시 몸에 영향을 준다. 이 둘은 동전의 양면처럼 본래 하나의 실체이면서 다른 두 측면일 뿐이다. 다른 한편 인간을 몸과 마음이라는 두 영역으로 이해하는 근대철학의 아버지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몸과 마음 사이의 이원론을 주장한다.

진리의 인식은 몸에 대한 의심을 통해 도달한 것이기 때문에 가장 확실한 영역을 비물질적, 비육체적인 세계에 위치시킴으로 이원론을 뒷받침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몸(질료)과 모습(형상) 외에 주변 환경과 역동적인 관계(운동)와 삶의 의미, 목적을 함께 생각할 때만 인간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몸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다. 몸에 관한 책을 읽고 지식을 쌓아 알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그릇을 아끼고 잘 보존해야만 그 속에 들어 있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무너지지 않는다. 이 그릇이 깨지고 때가 끼고 얼룩지고 탈색되면 세상을 제대로 보고 판단하기가 어렵다. 그릇이 한번 깨지고 금이 간 자리는 고친다 해도 흉터와 트라우마는 평생 남는다. 액체가 담기는 용기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듯 마음도 몸의 컨디션에 따라 달라진다.



원래 뼈와 근육이 없는 마음은 잘 흔들리고 헝클어지고 무너진다. 몸이 건강하면 마음을 곧바로 잡아준다. 몸이 무너지면 마음은 한없이 약해진다. 몸은 마음이고 마음은 곧 몸이다. 건강한 몸은 자연 발생적이지 않다. 인간의 몸은 태어나서 성장하면 청년이 되고, 장년에서 노년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퇴화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마음은 노력하면 퇴화하지 않고 계속 성장하며 경험이 쌓이게 되면 성숙한 인간이 된다. 성숙해가는 마음을 제대로 담기 위해서 몸도 꾸준히 보조를 맞춰줘야 한다.

노화는 피할 수는 없지만, 속도를 줄일 수는 있지 않을까. 시중에 나와 있는 거짓 정보와 상업전술에 현혹되지 말고 자신의 몸을 스스로 연구하여 자신의 몸을 극대화 시키는 것도 우리 마음에 대한 예우가 아닐까 생각한다. 몸과 마음의 밀접한 관계는 psychosomatic disorder(스트레스나 걱정으로 몸에 병을 키우는 병), hyperchondria(건강 염려증), 또 요즘에는 internet hyperchondria(인터넷으로 혼자 진단하고 치료하는 건강 염려증)도 새로운 정신질환으로 볼 수 있다. 몸과 마음의 상관관계를 제대로 이해해서 건강한 몸에 건전한 정신을 유지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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