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무겁게, 멜로와 심리극 사이에서
함께 하기 위한 준비들
그 날이 되어 여자는 헝가리로 향한다. 그러나 남자는 나타나지 않는다. 여자는 남자를 찾아간다. 그러나 남자는 여자를 알지 못한다.
당황한 여자는 자신의 정신상태를 의심하기에 이른다. 심리상담 의사를 찾아간다. 인격장애, 본능과 자아, 현실과 환상에 대하여 상담한다. 그러나 여자는 여전히 남자의 주변을 맴돈다.
우리들의 일상은 얼마만큼 환상의 지배를 받고 있을까?
우리들의 자기중심적 사고와 성향은 얼마나 우리의 정신을 혼돈에 빠뜨릴까? 영화 ‘함께하기 위한 준비들’(Preparations to Be Together For an Unknown Period of Time)은 잠시 심리극으로 흐르는 듯하다.
인간은 사랑하고 싶은 대상을 찾다가 그와 유사한 존재가 나타나면 그 사람에게 사랑을 대입시키는 묘한 습성이 있다. 두 사람은 다시 사랑에 빠진다. 새로운 존재로 다시 만나 쉽게 올 것 같지 않은 사랑의 순간을 즐긴다. 서로의 존재로 인하여 행복을 느낀다.
영화는 멜로 분위기로 전환된다. 감독의 상상력, 멜로와 심리극을 오가는 이중적이고 모호한 구성에서 찾아야 하는 내재적 의미는 처음부터 사랑이었을지 모른다. 앤티크 레코드플레이어, 두 사람이 함께 듣던 음악, 부다페스트의 정겨운 거리 풍경, 의외의 해피엔딩.
이혼으로 가난과 어려움에 처한 엄마가 말 못하는 4살짜리 아들의 양육권을 위해 투쟁하는 스토리를 다루었던 2015년도 데뷔작 ‘더 웬즈데이 차일드’에 이은 릴리 호르바트의 두 번째 작품이다. 로맨틱 드라마로 분류하기엔 영화가 접근하는 주제가 깊고 무겁다.
헝가리의 2021년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부문 출품작.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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