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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 LG화학에 지고도 "파트너"…배터리 목맨 기업들 왜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2/16 18:40

LG화학-SK이노 사태로 본 글로벌 배터리 산업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소송전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화학의 손을 들어준 것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 측이 더 적극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을 접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걸었기 때문이다. 17일 익명을 원한 업계 전문가는 “SK이노베이션이 자신들에게 ‘조기 패소 판결(Default Judgment)’을 내린 사실이 알려진 뒤 낸 입장문에서 ‘LG화학을 선의의 경쟁 관계이자,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로 묘사해 놀랐다”며 “그룹 최고위층이 ‘화해 쪽으로 간다’는 의사 결정을 하지 않고는 사용하기 힘든 표현”이라고 평했다.




LG화학의 전기차용 배터리. [사진 LG화학]






조기 패소 판결 결정에 대해 시장의 반응도 당초 예상보다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이날 원민석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소송 이슈는 이미 주가에 반영되어 온바, 단기적으로 SK이노베이션의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는 있겠지만, 중장기 기업 가치가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원 애널리스트는 “두 회사 간 합의 도출의 모멘텀이 확인되는 시점부터는 SK이노베이션에 대한 디스카운트 요인이 점차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영찬 KB증권 애널리스트도 “이번 결정을 통해 두 회사 간 소송 관련 합의 가능성은 더 커졌다”며 “양사 간 합의가 LG화학에 더 긍정적일 것이지만, (합의가 이뤄진다면) 특허 소송으로 인한 비용 증가와 우리나라 업체 간 소송에 따른 불확실성은 더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계 10위권 그룹 중 7곳이 배터리에 관심
사실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은 삼성과 현대자동차, SKㆍLG 등 재계 1~4위 그룹뿐 아니라 유통ㆍ화학 중심의 롯데그룹도 눈독 들이는 사업이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롯데케미칼을 통해 일본 히타치케미칼의 지분 인수전에 뛰어들며 진출을 시도했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이달 초 기업설명회(IR)에서 "첨단소재 사업 부문을 강화하고,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협업을 가속화 해 첨단소재 사업 부문을 글로벌 자동차 소재 업체로 육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롯데를 비롯해 재계 상위 10개 그룹 중 배터리 사업에 직·간접으로 뛰어들거나 관심을 보이는 곳은 7개 그룹에 달한다.




지난달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부 신년합동인사회에 기업 대표들이 참석했다. 오른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연합뉴스]






한 예로 포스코그룹의 포스코케미칼은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지난해 7월 전남 광양에 연산 6000t 규모 양극재 광양 공장의 1단계 생산 설비를 준공했다. 가동 중인 구미공장을 포함하면 연산 1만5000t의 양극재를 생산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LG화학에 3년간 2조원 규모 양극재를 납품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GS건설은 배터리 재생 사업을 신성장 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최근 포항 영일만4 산업단지 3만6000평 부지 내 배터리 재활용 생산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한화솔루션 첨단소재부문도 차량 경량화용 경량 복합소재 및 부품 사업을 하고 있다. 이미 전기차용 배터리 모듈을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는 하우징 제품을 GM, 상하이 폴크스바겐 등에 납품 중이다. 지난해 두산㈜으로부터 분사한 두산솔루스는 전지 동박 사업을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키우기 위해 투자 중이다. 2025년까지 연 5만t으로 예정했던 헝가리 전지 동박 공장 생산 규모를 10만t으로 2배 확대할 계획이다.

2023년부터 수요가 공급 초과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전망. 그래픽=신재민 기자






이처럼 국내 대부분의 대기업이 배터리 관련 사업에 골몰하는 건 역시 시장이 유망하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 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량은 326GWh로 수요 예측치인 190GWh에 비해 공급 과잉 상태다. 하지만 3년 뒤인 2023년에는 수요가 916GWh로 공급(776GWh)을 앞지르게 된다. 3년 정도만 버티면 본격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단 얘기다. 2025년에는 배터리 시장 규모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1500억 달러)을 뛰어넘는 1670억 달러 대까지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시장 선점 위한 합종연횡도 한창
그래서 시장 선점을 위한 대기업 간 합종연횡도 한창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전기자동차 제조를 넘어, LG화학 등 배터리 업체들과 조인트벤처(JV) 설립까지 논의하는 단계다. SK이노베이션도 현대기아차가 내년부터 자사 전기차에 적용할 예정인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에 2024년까지 10조원 규모의 배터리를 공급하는 대규모 수주를 지난해 말 따냈다.

일본·중국은 배터리 사업으로 이미 흑자 행진
그러나, 시장이 커진다고 해서 모든 기업에 장밋빛 미래가 보장된 것만은 아니다. 당장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업계 1~3위 업체 모두 배터리 사업에서 만성적인 적자를 내고 있다. 업계 1위인 LG화학의 경우 지난해에만 배터리 관련 사업 부문에서 454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다른 두 회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더 아픈 점은 중국과 일본 업체 중 일부는 이미 이익을 내고 있단 점이다. 글로벌 배터리 사업 1위 업체인 중국 CATL은 지난해 3분기에만 약 14억 위안(23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과거 1위 업체였던 일본의 파나소닉은 지난해 4분기 1004억엔(약 1조82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그래서 이들 업체가 시장을 선점한 다음에는 본격적인 ‘치킨 게임’에 돌입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업체들을 밀어낼 수도 있단 의미다. 실제 한때 200개에 달했던 중국 내 배터리 기업 중 이미 120여 곳이 도산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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