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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캐슬’ 페어팩스 코디네이터, 어디까지 사실일까(1)

주재원 출신 입소문, 페어팩스 학군 환상으로 시작
‘한국 학종 전형’은 “미국 입시 모방 제도”
한국-미국과 모두 다른 특수환경에서 출발

한국에서 인기리에 방영중인 JTBC 드라마 ‘SKY캐슬'에 버지니아 페어팩스 카운티 출신의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 선생' 배역이 한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김선생은 극중에서 살인과 살인교사, 시험지 유출 등 범법을 일삼는 ‘냉혈한’으로 묘사돼, 한국에서 사기꾼의 한 유형으로 간주되는 ‘재미교포 출신 사업가’ 같은 또다른 부정적인 한인 이민지를 만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극중 김선생 캐릭터는 어느정도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드라마 속의 입시 코디네이터라는 직업은 미국에서 먼저 발달했던 칼리지 프렙 카운슬링과 매우 유사하다. 드라마 속 고교생들은 주로 학생부종합전형(일명 학종)으로 서울대학 의과대학을 노린다.

학종은 입학사정관제와 함께 사실상 미국의 대학입시전형을 어설프게 모방한 것이다. 드라마 촬영지인 용인의 개인주택단지 내 주택을 ‘타운하우스’로 부르는 어설픔과 유사하다. 자기소개서와 학교생활기록부(내신, 독서활동, 수상경력, 특별활동), 교사추천서 등을 입학사정관이 종합평가하는 입학제도로, 여기에 수능시험 하한선을 SAT점수로 치환한다면 미국의 입시제도와 어느정도 비슷하다.

한인 부동산 에이전트 P씨는 "버지니아 맥클린 등을 중심으로 약 1천여명의 주재원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IMF,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 파견 공무원, 대사관 외교관, 대사관 파견 각부처 고위공무원, 대기업 주재원, 각종 대형단체 파견 주재원, 대기업 미국법인 근무자, 언론사 특파원 등은 물론 유한계층의 기러기 가족이 혼재하는 커뮤니티로, 한인사회와 교류가 적고 자기 커뮤니티 내에서만 폐쇄적으로 정보를 유통한다.



한인들은 후손들과 함께 미국땅에 뼈를 묻을 사람들이라 교회 같은 곳을 통해 개방적인 정보교환의 장을 마련하지만, 주재원 커뮤니티는 뜨내기 특성을 드러내며 한인과의 교류 필요성이 적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이 맥클린으로 모이는 이유는 최고의 학군으로 소문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검증이 필요한 대목이긴 하지만,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 학군이 입시명문 학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2010년대 이후 집중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에서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열에 대한 책이 출판되고 페어팩스 카운티를 다녀간 주재원들이 블로그 활동을 통해 열심히 홍보한 덕에 사실보다 훨씬 부풀려지거나 실제와 너무도 다른 정보가 한국사회에 통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주재원 규모가 크게 늘어나면서 맥클린 인근인 비엔나 등으로 주재원 생활반경이 확대되는 추세다.

워싱턴이 수도권 지역이기 때문에 형성된 워싱턴만의 독특한 단기이민 커뮤니티인데, 한국의 서울 서래마을 등 외국인 주재원 커뮤니티가 외국인학교를 통해 교육이 이뤄지는 것과 달리 주재원 커뮤니티 자녀는 대부분 공립학교에 다니며 매우 이질적인 문화를 양산해 간혹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공교롭게도 학종과 입학사정관제도가 한국에 도입되던 시기는 2000년대 이후로, 기러기가족 문제가 사회 이슈로 대두되고, 한국의 경제력이 커지면서 워싱턴 지역에 대규모의 주재원 커뮤니티가 형성되던 시기와 일치한다.

학종이 저소득층 학생들의 명문대 입시 통로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드라마 속에서는 대체로 고소득층의 입시세탁 창구로 그려진다. 학종 제도 초기 강남 사교육 시장은 이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기 힘들어, 페어팩스 카운티 등의 주재원 경험이 있는 학부모가 일명 ‘돼지엄마’ 군단으로 합류했다.

돼지엄마는 자녀를 명문대에 입학시킨 경험이 있는 학부모로, 대치동 학원가에서 입시 컨설턴트로 일하는 이들을 말한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에서도 페어팩스 출신 입시 코디네이터는 찾아보기 힘들다. 주재원 커뮤니티의 입시 컨설팅이 한국과 미국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될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 사교육시장이 나름대로 학종에 대처할 수 있는 노하우를 축적하고 미국식 코디네이터가 몸에 맞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페어팩스 코디네이터 가치가 하락했던 것이다.


김옥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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