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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사는 이야기] 미국 요가 선생의 따뜻한 이야기 - 여덟 번째

[시애틀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5/30 21:52

드디어 요가 선생이 되다

3주가 흘러 다른 동료 학생들은 요가원이나 피트니스 센터, 커뮤니티 센터 등에서 일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런데 나는 꿈에 부풀던 미국 요가 얼라이언스(America Yoga Alliance) 자격증 RYT200(RYT: Registered Yoga Teacher)을 얻었지만 어떻게 요가 선생 문을 두드려야 할지 너무나 막막하였다.

이곳 저곳 인터넷을 뒤지며 요가 선생 자리를 찾아서 이력서를 넣어 봤지만 연락이 오질 않았다. 트레이시 밑에서 교육을 받을 때는 자신감이 넘치고 어떤 수업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졸업을 하고 집에 혼자 남게 되니 온갖 부정적 생각과 어둠, 초라함이 내 몸을 휘감았다.

나의 못남이 싫어서, 나의 용기없음이 못마땅해서 참 많이 기도하고 계속 명상을 하며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두려움과 직면하고,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긍정적인 마인드를 내 마음 속에서 끄집어내려고 노력했다.
정말 나에게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와 주기만 한다면 하느님을 잘 믿겠다고 트레이딩(Trading)을 하고 싶었을 정도였다.

그러나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 하지 않던가?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일이 끝나고 집에 오면 전신거울을 벽에 대놓고 마치 학생들이 내 앞에 있는 것처럼 요가매트에 앉아 수업 리허설을 시작했다.
동작을 하며 계속 멘트를 노트에 적고 외웠다. 시간이 날 때마다 다른 선생의 요가 수업에 참석하여 어떻게 수업을 진행하는지를 관찰하고, 그들의 멘트를 머리 속에 담아 두었다가 집에 오자마자 노트에 적고 좋은 내용들은 수업 리허설에서 연습하였다.

그러다 기분이 몹시 우울하던 어느 토요일 오후에 신나게 몸이나 흔들자 하는 심정으로 내가 회원으로 있는 피트니스(Fitness)클럽의 줌바 클래스에 참여하였다.
이 클럽의 회원은 모두 공짜로 들을 수 있는, 그래서 매일 새 회원이 들어오지만 꾸준히 오는 사람은 드문, 그야말로 한두 번씩 들렀다 가는 드롭 인(Drop In) 클래스여서 선생이나 학생들 모두 소속감이 별로 없는 수업이었다.

그런데 내가 수업에 들어가자 웬일인지 줌바 선생이 나를 보고 활짝 웃으며 “Hi, How are you doing?” 하고 인사를 건네지 않는가? 이렇게 반갑게 학생을 맞이하는 선생을 처음 봤기에 나를 반기는 인사가 한편 당황스러우면서도 기분 좋았다.

한참을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수업이 끝난 후에 생각해 보니 여기는 그룹 클래스가 무료니까 수업에 대한 컴플레인(Complaint)이 다른 일반 요가원에 비해 덜 할 거 같았고, 대강(Substitute Teaching) 할 기회가 많아 초보 선생들이 티칭(Teaching)을 연습하기에는 딱 알맞은 장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학생들이 다 가기를 기다렸다 뒷정리를 하고 있는 인상 좋고 친절한 선생에게 다가가 물었다.
“나, 질문이 있는데, 어떻게 하면 너처럼 여기서 가르칠 수 있어?”
“너 여기서 가르치고 싶니? 뭘 가르치고 싶은데?”
“요가 자격증이 있거든.”
“그래? 그럼 이 회사 홈페이지에 가서 네 이력서를 넣고 기다리면 돼. 자리가 나면 순서대로 연락이 갈 거야.”

그녀는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아, 나는 리사(Lisa)인데 내가 이 지역 강사를 관리하는 수퍼바이저(Supervisor)야. 오늘 강사가 갑자기 못 온다고 해서 내가 대신 수업을 했거든. 마침 요가 선생이 한 명 필요해. 내가 명함을 줄 테니 네가 이력서를 인터넷에 올리고 나서 나에게 전화하면 인터뷰와 30분의 시강 테스트 시간을 알려줄게.”
‘오, 마이 갓(Oh, my God)! 마침 요가 선생이 필요하다고? 드디어 우주가 내가 끊임없이 보낸 시그널을 듣고 기회를 주는구나. 이 기회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되겠지?’ 속으로 생각하며 말을 했다.
“오케이, 지금 집에 가서 이력서를 올리고 너에게 전화할게. 만나서 반가웠어.”

집에 와서 이력서를 인터넷에 올리고 전화를 하니 음성메시지로 넘어가 음성을 남겼다.
다음 날 일을 하고 있는데 리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번 주 금요일 4시에 와서 인터뷰하고 시강을 하라는 것이었다. 드디어 금요일이 되어 요가 옷을 입고 떨리는 기분으로 인터뷰 장소로 향하였다.

계속 요가 동작을 떠올리며 중얼중얼거리면서 운전을 했다.
어떻게 운전을 해서 갔는지 전혀 기억이 없다. 정신이 나갔다는 말은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일까?

클럽에 도착하니 미소를 띠고 있는 젊은 근육질의 남자와 피곤에 지친 표정 없는 금발의 여자, 두 명의 인터뷰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굉장히 떨리는 마음이었지만, 먼저 악수를 청하며 당당하게 미소를 띠고 인사를 나누었다.

1년 넘게 트레이시로부터 훈련받은 여러 차례의 수업경험과 호된 피드백 덕분인지 막상 인터뷰가 시작되자 마음의 긴장이 없어지며 차분해졌다.
그동안의 티칭 경험이 있는지, 요가 얼라이언스 자격이 있는지, 집은 어디인지, 어디에서 교육을 받았는지, 신분이 합법적인지 등등을 묻더니 2층 홀에 가서 시강을 하라고 하였다.

아무도 없는 강당에서 요가매트를 깔고 마치 학생들이 있는 것처럼 “헬로우 에브리원(Hello Everyone)!” 하며 요가동작과 설명을 해 가면서 수업을 시작하였다.
두 사람은 계속 뭔가를 적더니 한참을 하니까 그만 하라고 했다. 여기서 기다리라면서 둘이 사라지고선 도대체 오질 않았다.

뭔가 잘못된 모양이다 하고 실망하고 있는데 드디어 금발의 여자가 나타났다. 그녀는 “네가 경험이 없어 아쉽지만 자격도 있고 의지가 있어 보이니 채용하기로 결정했다. 다음 주에 모든 그룹 클래스 강사들의 오리엔테이션이 있으니 꼭 참석해야 한다. 축하한다! 참, 한 가지 기억할 일은 여기는 매일 새로운 멤버들이 들어오고 완전 초보자들이 네 수업에 갈 수 있으니 그들이 잘 따라할 수 있도록 수업 내내 데모를 보여주도록 해라. 수업은 다음 주부터 일주일에 두 번, 화, 목 아침과 저녁시간에 시작하기로 하자”면서 악수를 청했다.

몇 장의 종이를 주며 집에 가서 읽어보라고 했다.
이 종이에는 강사로서 지켜야 할 규칙들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
새로 온 학생들이 당황하지 않도록 밝은 얼굴로 인사하면서 수업 안내를 하고, 비치는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 가슴이 드러나지 않아야 한다, 스포츠 브라를 착용해라, 반바지는 안 된다, 들어올 때 신발이 더러워서는 안 된다, 광고성이 있는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 등등…

‘야호! 드디어 요가 강사로서 첫 직장을 구했구나!’ 너무나 신이 나서 집으로 오는 차 속에서 계속 실실 웃음이 배어 나왔다.

이렇게 해서 첫 요가수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말도 버벅거리고 실수도 있었지만 내 생각대로 학생들이 직접 나에게 불만을 얘기하거나 수업에 대한 코멘트를 하는 일이 없었기에 마음 편안한 날들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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