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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사는 이야기] 미국 요가 선생의 따뜻한 이야기 - 아홉 번째

[시애틀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5/30 21:55

나를 성장시키는 요가

요가에 오는 사람들의 인연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모든 그룹 클래스가 피트니스 클럽 멤버들에게 공짜로 제공되기 때문에 그저 호기심에 한 번 들르거나 다른 수업엔 시간이 맞지 않아 초이스가 없어 내 수업에 온다 하더라도 늘 밝은 웃음으로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주었다.

내 수업을 감시하는 카메라도 없고 매니저가 들락거리지도 않아서 편한 마음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어느 날 수업 전 한 학생이 다가와 이 클럽의 소셜 미디어(Social media)에서 내 수업 리뷰가 좋아서 찾아왔다고 말을 건넸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에 별 관심이 없던 나는 그때서야 모든 수업에 대한 평가와 코멘트 등이 이 클럽 회원들에 의해 공유되고 있고, 매니저는 수업을 보지 않고도 수업이 어떻게 돼 가는지를 훤히 꿰뚫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기가 더 이상 초보자들의 수업 연습장이 아님을 뼈저리게 느끼고 이제 요가 전문강사로서 자리매김을 하기 위해 철저히 수업 준비를 해야 함을 알아차렸다.

시간이 갈수록 학생들이 점점 많아지자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학생들이 수업에 오는 시간도 점점 빨라졌다.
내가 주차장에서 수업을 마지막 정리하고 있으면 학생들이 요가매트를 옆구리에 끼고 종종거리며 바쁜 걸음으로 걸어가는 것을 보면 언제나 마음이 긴장되고 이른 아침에 오는 그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전달하게 해달라고 기도와 명상을 하였다.

나는 학생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전혀 모르지만 학생들은 내 프로파일을 통해 내가 요가 경력과 경험이 없는 초보자임을 이미 알고 있고 영어도 별로인 내 수업에 빠지지 않고 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였다.
그것은 다른 요가 수업과는 달리 나는 학생들의 멋들어진 요가 폼을 만들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우리가 취하는 한 가지 한 가지 포즈로부터 얻어지는 몸의 효과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언제나 동작을 리드하는 호흡에 집중하도록 가르쳤으므로 요가 동작이 결코 어렵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몸에서 얻어지는 효과가 극대화되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가득 찬 교실을 보며 학생들 얼굴을 볼 겨를도 없고 누가 누군지도 모른 채 수업을 진행하였지만 조금씩 여유가 생겨나자 언제나 맨 앞줄에 앉아 생글생글 웃으며 나를 맞이하는 크리스, 에밀리 두 할머니 학생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크리스와 에밀리는 이 클럽의 오랜 회원으로 이 클럽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리고 이 클럽에 오는 학생들의 신상까지도 파악하고 있었는데, 한번은 목이 너무 아파 일주일 동안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는 상황에서 뒤자리에서 들리지 않는다고 불평을 하자 크리스 할머니가 갑자기 일어나서 지금 리다가 목이 아파 소리를 못내니 모두 조용히 집중해 달라고 부탁을 하여 어려운 순간을 넘기기도 하였고, 수업이 끝나면 남아서 이 수업에 오는 학생들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였다.

누구는 아파서 병원에 있고, 누구는 여행 갔고, 누구의 직업은 은퇴한 간호사다, 회계사다 등등의 소식을 통해 나는 내 수업에 오는 학생들을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하였다.

수업을 할 때마다 요가 강사 트레이닝을 받을 때 나의 스승이 언제나 강조했던 말을 늘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요가 수업에 오는 사람들은 의사, 변호사, 교수도 있고 각 직종의 전문가들이 섞여 있다. 네가 확실히 알지 못하는 것은 절대 언급하지 말라. 그러나 네가 알고 있는 것을 폄하하지도 말아라. (Don’t teach what you don’t know. But also don’t discount what you do know.)”였다.

그러므로 나는 정확한 지식과 정보만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고, 크리스와 에밀리가 수업 후에 들려주는 “오늘 허리를 강화하는 동작은 좋았다”, “전에 했던 목운동을 요즘은 안 하는데 다음 시간에는 해달라”, “밸런스 동작을 늘려달라”, “스탠딩 자세에서 너무 시간을 끌지 말아달라” 등의 거침없는 피드백이 큰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나자 요가 티칭에 자신감이 생기고 좀 더 경력과 전문성을 넓혀야겠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우연히 친구와 함께 골프 연습장에 갔다가 그곳에 요가 수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방에서 명함을 꺼내 들고 화장실에 가는 척하다 사무실에 지루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금발의 직원에게 다가가 물었다.
“혹시 여기 요가 선생 필요하지 않나요?”
“아니, 우리 필요하지 않은데.” 귀찮다는 듯이 쌀쌀한 말투로 답한다.
“아, 나는 미국 요가협회 회원이고 지금 피트니스 센터에서 요가를 가르치고 있는 인기 선생이야. 그럼, 여기 명함을 두고 갈 테니 혹시 필요하면 연락 줘.”
나를 각인시키기 위해 “most popular yoga teacher”라고 약간 뻥을 쳤다.
잘 가라는 인사도 하지 않는 그녀를 뒤로하고 돌아오는 내가 좀 처량하게 느껴졌지만 요가를 하고 있는 수업을 유리창 너머로 바라보며 이상하게 이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느낌이 강렬하였다.

잊고 지냈던 한 달여 시간이 지나자 뜻밖의 전화가 걸려왔는데 골프 연습장의 그녀가 전과 다르게 웃음 섞인 아주 상냥한 목소리로 요가 선생이 갑작스레 타주로 이사하게 되어 요가 선생이 필요하니 이력서를 지참하고 오라는 내용이었다.
그리하여 두 번째 요가 선생 일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원하던 곳에서 요가를 가르친다는 즐거움도 잠시, 가르친 지 얼마 되지 않아 학생들과 갈등이 생겼다.

이곳 학생들은 거의가 일년 회비를 내는 연간 VIP 회원들로서 그들의 입김이 스포츠 클럽의 행정에 마치는 영향력이 상당히 셌는데 문제의 발단은 학생들이 내 수업 내용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즉 기존에 해왔던 요가 스타일과 다르고 너무 젠틀(gentle)하다고 매니저에게 불평을 한 것이었다.

요가 스타일은 여러 가지가 있고 선생이 달라졌으니 당연한 것이며 이른 아침 수업에다 대체로 60세가 넘은 나이대로 구성되어 있어서 한 자세를 오래 유지한다든가 빠른 무브먼트보다는 서서히 에너지를 높이는 운동으로 구성했는데 땀이 나지 않는다고 매니저에게 불평을 한 것이었다.

그때 당시 나는 좀 더 전문적인 강사가 되기 위해 비니요가 고급 강사과정을 밟고 있었기 때문에 비니요가에 더욱 ‘골수적’으로 빠져 있었기에 큰 고민이 되었다. 내 요가 스타일을 버리고 학생들 취향에 맞는 요가를 가르칠 것인가? 아니면 이곳을 그만 두고 내 요가 스타일에 맞는 요가 센터를 다시 찾을 것인가?

생각 끝에 나는 요가 스타일은 달라도 요가 Goal은 다 같으므로 한 발 후퇴하고 두 발 앞서가자는 마음으로 잠시 나를 버리고 이 학생들의 취향에 맞는 스타일의 요가를 가르치기로 생각을 바꿨다.
그리고 그들이 좋아하는 ‘땀 흘리는’ 요가를 준비해서 1시간 수업이 끝나면 모두들 땀을 닦는 요가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잘한다고 매시간마다 폭풍 칭찬을 해줬다. 한참이 지나자 그들이 나를 신뢰하기 시작했고 나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서서히 내 요가 스타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내가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는 논리적 설명이 더 먹혀들 것이므로 2주일에 한 번씩 프린트 자료를 준비해서 수업 전 10분간 요가 포즈와 이론을 같이 공부하는 시간을 가지니 더욱 이해가 쉬웠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내 요가 수업에 스멀스멀 중독되어 여행을 간다든가 별일이 없는 한 결코 수업에 빠지지 않고, 각자 기회가 있을 때마다 명상 수련, 요가 수련을 다니며 수련의 깊이를 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학생들과 함께 성장하며 누가 선생인지 학생인지 모를 정도의 요가 실력이 되었고, 함께 맥주도 마시고 집안 얘기도 나누며 가족과 같은 관계를 유지하며 작년까지 6년 반 동안 너무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 Good News: 리다와 얼굴을 마주하며 이야기를 나누실 분은 www.bigkorean.com에 접속해 가입하신 후 에 들어오시면 됩니다. 실시간(리얼타임)으로 리다를 만날 수 있습니다.

오는 6월12일(금)과 26일(금) 5pm-6 pm(pacific time),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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