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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고통으로 직조한 영상의 야상곡

노투르노 (Notturno)

‘노투르노’는 이탈리아 다큐멘터리의 귀재 지안프랑코 로시 감독이 지구 상에 존재하는 최악의 장소에서 3년간 촬영했다. [Super LTD]

‘노투르노’는 이탈리아 다큐멘터리의 귀재 지안프랑코 로시 감독이 지구 상에 존재하는 최악의 장소에서 3년간 촬영했다. [Super LTD]

‘노투르노’는 야상곡을 뜻하는 프랑스 음악 용어 ‘녹턴(Nocturne)’의 이탈리아어 말이다. 야상곡이 밤에 받은 영감을 곡으로 옮긴 음악이듯, 영화 ‘노투르노’도 밤의 공간에서 찾아낸 아름다운 영상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 다큐멘터리의 귀재 지안프랑코로시의 최근작 ‘노투르노’는 아름다운 야상곡에 그치지 않는다. 아픔을 동반하는 다큐멘터리다.

로시의 작품들은 드라마와 다큐멘터리의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영상미를 추구하되 그 영상에 다양한 삶들의 고통을 담는다. 우리는 그의 작품들을 통해 생존을 위해 꿈틀거리는 최악의 삶들과 만나게 된다.

2021 아카데미상 국제영화 부문 출품작 ‘노투르노’도 예외는 아니다. 마치 지옥에서 빛을 찾아가는 느낌으로 진행되는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의 수준을 한 차원 높게 올려놓는다.



ISIS의 근거지인 시리아와 이라크, 늘 역사에서 차별과 학살의 대상이 되어온 쿠르디스탄, 주변국들의 대리 전장이 되다시피 한 레바논. 네 나라 모두 내전과 독재로 삶의 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국가들이다. 외세의 침입과 테러가 일상처럼 일어나는 이들 네 나라의 경계가 만나는 곳에도 여전히 밤이 찾아오고 지옥 같은 환경을 일상으로 여기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국경 지역의 밤 풍경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지만 대사는 거의 없다. 로시는 대사로 내용을 설명하려는 친절과는 거리가 먼 감독이다.

우리는 ‘노투르노’를 통해 군인과 어부, 아들을 잃은 어머니, 환자들, 사냥꾼과 그의 나이 어린 조수, ISIS의 만행을 목격한 어린아이들을 만난다. 어둠 속에서도 빛을 찾아내려는 듯 작은 소망을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들.

3년 동안 네 나라의 국경지대의 곳곳을 파헤치며 기록한 로시의다큐는 특별한 연결의 형식도 없다. 그저 지나가는 영상들을 따라가다 보면 로시 감독이 무얼 말하려 하는지에 대해 자연스럽게 접근하게 된다.

로시가 관객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어떤 구체적 언어가 아니다. 영상이 주는 ‘느낌’들이다. 그 느낌의 근간에는 저 지옥 같은 세상을 만든 사람들은 그 누구도 아닌 우리들 자신이라는 생각으로 우리를 유도한다.

종교와 윤리, 도덕 같은 것들이 우리들 마음과 생각에 잠겨 있어도 종족이라는 인류의 본유적 분류 본능, 그로 인한 다툼이 사라지지 한, 저들의 아픔과 고통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저런 세상을 만든 사람들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들 자신들이다.

2021년 아카데미상 국제영화 부문 출품작.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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