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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강원도의 알프스 “불편해도 지금 이대로”

최승표
최승표 기자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7/12 08:38

수려한 산세 속 다소곳이 안긴 마을
옥순봉·반선정 … 그림 같은 풍경
맨손 송어잡기 등 체험 프로그램도

행복마을 ② 강원도 정선 덕우리

59번 국도 안쪽에 비밀스럽게 숨어 있는 강원도 정선 덕우리 대촌 마을. 접시꽃·개망초꽃 만발한 들녘과 아기자기한 농가, 수려한 산세가 어우러져 스위스 알프스 못지않은 풍광을 연출한다. [최승표 기자]

강원도 정선에는 스위스 알프스 못지않은 산골 마을이 숨어 있다. 지난해 ‘행복마을 만들기 콘테스트’에서 경관·환경 부문 은상을 받은 덕우리 마을이다. 정선 사람도 잘 모르던 덕우리가 주목을 받은 건 2015년 봄부터다. 덕우리에서 몇 날 며칠 밥만 해 먹는 TV 프로그램이 방영됐고, 비슷한 시기 원빈·이나영의 결혼식이 열렸다. 지난 5일 덕우리를 다녀왔다. 자연 풍광도 근사했지만, 마을에 애착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인상적이었다.

정선읍 덕우리는 세 마을로 이뤄져 있다. 대촌·덕산기·백오담 마을. 이름 그대로 대촌(大村)이 가장 크다. 덕우리 인구 136명 중 50명 이상이 대촌에 산다. TV 프로그램에 등장한 명소 대부분이 대촌에 있다.

정선 읍내를 나와 꼬불꼬불한 59번 국도를 15분쯤 달렸더니 대촌 마을 이정표가 보였다. 옥수수밭 옆에 차를 세우고 조금 걸었다. 국도변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자그마한 마을이 드러났다. 스위스 알프스가 떠올랐다. 고봉에 둘러싸인 마을. 옥수수밭·고추밭과 소박한 농가가 어우러진 풍광. 어디로 눈을 돌리든 그림엽서 같았다. 창고에서 마늘 까는 할머니에게 인사를 건넸더니 역시나 마을 자랑을 하셨다.

“우리 마을 예쁘죠? 그런데 어쩌나. 비가 많이 와서 물빛이 영 탁하네요.”


정덕 분교 운동장에서 설치된 간이 수영장에서 맨손 송어잡기 체험을 즐기는 학생들의 모습.

마을을 찬찬히 둘러봤다. 수직 절벽 ‘뼝대’와 검룡소에서 발원한 ‘어천’이 굽이치는 모습이 장쾌했다면, 집집이 접시꽃·백합이 만발한 풍경은 따스했다. 전상걸(56) 이장이 옥순봉·구운병·반선정 등 ‘덕우 8경’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8경 중 인공이 가미된 건 약 10년 전 지은 정자 ‘반선정’ 뿐이다. 이것도 옛 문헌을 참고해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만들었다.

병풍 9개를 펼친 듯한 암벽 ‘구운병’에 올랐다. 어천이 휘감은 마을이 한눈에 들어왔다. 배우 원빈·이나영의 결혼식 장소도 보였다. 밀 수확이 끝난 터라 맨땅이 드러나 있었지만, 봄이면 초록빛 싱그러운 풍광이 일품이란다. 전 이장은 “원빈씨가 고향 정선에서 인공 구조물이 전혀 보이지 않는 장소를 물색하다가 이곳을 택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구운병에서 내려와 북쪽으로 걸으니 너른 콩밭과 농가 한두 채가 보였다. 산에서 내려다보면 물방울 모양인 ‘언내뜰’이다. 덕산기계곡 트레킹을 감행해야만 물방울 모양을 볼 수 있다. 하나 며칠 전부터 내린 큰비 때문에 계곡 오르는 길이 모두 폐쇄됐다. 어천을 넘나드는 징검다리도 모두 잠겼다. 편의를 위해 비가 와도 건널 수 있는 튼튼한 다리를 만들자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이장과 주민들이 반대했다고 한다.

“다리든 편의시설이든 작정하면 언제든 만들 수 있지요. 그런데 한 번 망가진 자연은 돌이킬 방법이 없어요. 마을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경관을 위해 불편을 감수하는 이유입니다.”

대촌 마을과 어깨를 맞대고 있는 백오담 마을은 요즘 체험마을로 거듭났다. 2016년부터 폐교인 정덕 분교를 활용해 색다른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날은 서울 문일고 학생 20여 명이 방문했다. ‘소규모 테마형 교육여행’ 일정 중 백오담 마을에서 송어 잡기 체험을 하기 위해서였다. 간이 수영장에 학생들이 몸을 담갔다. 처음엔 쭈뼛쭈뼛하더니 송어가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통에 욕심이 생기는지 물을 사방으로 튀기며 송어를 잡았다. 학생들은 주민이 만들어준 송어 튀김을 먹은 뒤 운동장에서 공을 차며 놀았다. 운동장을 에워싼 밭에는 옥수수가 누렇게 익고 있었고, 동강을 향해 흐르는 어천 물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강원도 정선 덕우리

◆여행정보
서울시청에서 덕우리 마을까지는 200㎞ 거리로, 자동차로 약 3시간 걸린다. 대촌 마을에서는 마을 초입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둘러보길 권한다. 마을 길이 협소하고 주차공간도 마땅치 않다. 송어 잡기(1만6500원), 맷돌 커피 바리스타 체험(8800원) 등 체험 프로그램은 대부분 10명 이상이어야 한다. 홈페이지(덕우리체험마을.com) 참조.


정선=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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