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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에서 20분 멍 때리면, 스트레스 사라져

스트레스 너무 강하거나 오래가면
세포·장기 탄력 잃고 DNA 뭉쳐져
흥분된 면역세포, 자기 몸에 '총질'

쥐 운동 실험서 '강제'땐 30% 사망
스트레스 여부는 마음먹기에 달려
삼림욕 이틀 새 면역력 3배 증가

코넬대학에는 유명한 다리가 있다. 캠퍼스 뒤편 깊은 계곡을 가로지르는 아찔한 100피트 높이 '자살다리'다. 시험 스트레스로 뛰어내린 학생이 15명(1990~2010년)이나 된다. 시험은 누구에게나 스트레스다. 왜 같은 시험에 누구는 가볍게 지나가고 누구는 다리에서 뛰어내릴까. 스트레스 대응능력은 타고난 천성일까, 아니면 노력하면 나아질까. 스트레스는 마음만 좀 불편할 뿐이지 몸에는 큰 문제가 없는 걸까.

최근 과학은 스트레스를 분자수준에서 들여다보고 있다. 결과는 놀랍다. 장기간 스트레스를 받으면 면역세포 DNA 3차 구조가 변한다. DNA가 변해 있으면 같은 스트레스에도 남보다 쉽게 '녹다운'된다. 스트레스는 단지 가슴만 답답하게 만들지 않는다. 직접 암세포를 전이시키고 심장혈관을 막히게 한다. 대처 방법은 무얼까. 최근 연구에 의하면 동네 주위 산에서 '멍 때리기' 20분이면 스트레스 해소에 충분하다. 스트레스를 들여다보자.

만성염증, 고혈압·당뇨·치매·암 등 유발

동료들보다 승진이 늦은 건 스트레스다. 이런 스트레스 기간이 길어지면 그 사람 DNA는 변할까. 맞다. 변한다. 워싱턴대학 연구진은 장기간 스트레스가 면역세포 DNA 3차 구조(패킹 정도)를 변형시켜 이후 스트레스 대응력에 차이가 나게 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사람과 가장 유사한 히말라야 원숭이들에게 11개월(사람 2.7년 해당) 동안 환경스트레스를 각각 달리 주었다. 원숭이는 사회 서열에 따라 스트레스를 받는다. 방에 먼저 들여보낸 놈이 우두머리, 제일 늦게 들어간 놈이 서열 꼴찌다. 감방에 제일 늦게 들어온 놈이 궂은일을 하는 현상과 같다. 11개월 후 원숭이들 세포를 꺼내 스트레스 대응능력을 검사했다. 면역세포에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을 똑같이 주었을 때 각 세포가 반응하는 정도가 달랐다. 즉 세포수준에서도 이미 스트레스 대응능력이 달라져 있었다. 장기간 스트레스(가족관계, 직장, 학업, 수입, 친구관계 등)가 몸속 세포자체를 스트레스에 약한 체질로 만들어 놓았다. 그럼 이렇게 약해져 있는 사람은 가슴만 답답해질까. 아니다. 병에 걸린다.

노래 '단장의 미아리 고개'는 6.25 전쟁 당시 이별·사별의 아픔을 이야기한다. 여기서 단장이란 '지팡이'가 아니다. '장을 끊는(斷腸) 아픔'이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면 실제로 장에 구멍이 난다. 장에는 두뇌와 연결된 '직통' 신경망이 있다. 슬픔이 두뇌에서 스트레스 신호를 만들고 이것이 장세포벽을 녹인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이유다. 야생동물과 마주친 호모 사피엔스는 즉시 줄행랑치거나 맞붙어야 한다(Flight or Fight). 어떤 경우든 근육을 순간적으로 팽팽하게 만들어야 한다. 근육에 보낼 포도당 준비로 인슐린이 높아진다. 심장은 더 뛰고 핏줄은 팽창된다. 가슴은 쿵쿵거리고 눈은 핏발이 선다. 이런 스트레스 반응은 2단계로 생긴다. 먼저 두뇌에서 '이게 스트레스'라고 판단을 해야 한다. 같은 사건이라도 스트레스로 판단하는가 여부는 순전히 생각, 즉 개인의지에 달려 있다. 첫 단계에서 스트레스라고 판단되면 둘째 단계로 온몸 장기에 비상 신호가 전달된다. 신호는 2가지 경로(신경망, 스트레스 호르몬 방출)로 전달된다. 두뇌-척추-장기로 연결된 신경망(교감)을 통해 심장이 빨라지고 숨이 가빠진다.

또 다른 경로는 두뇌(해마, 뇌하수체)-부신피질-코르티솔 생산이다.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 신호를 받은 장기들은 비상이다. 외부 침입 균이 들어온 전투상황과 같다. 면역세포는 최고 흥분상태다. 몸은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원숭이의 경우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몸 전체 유전자 71%에 불이 켜졌다. 즉 온몸이 온 힘을 다해 스트레스에 '죽어라' 대응한다는 의미다.

다행히 상황이 끝났다. 신경망(부교감)은 흥분을 가라앉힌다. 사건 발생 15분에 최고조로 올라섰던 혈액 속 코르티솔도 1시간이면 원상태로 내려온다. 다시 평화가 찾아온다. 이게 정상적인 스트레스 반응이다. 즉 고무줄처럼 탄성이 있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너무 강하거나 오래가면 세포·장기들이 탄력을 잃는다. 원숭이 연구에서도 장기간 스트레스를 받은 세포들은 DNA가 단단히 뭉쳐졌다. 그래서 이후 스트레스 신호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탄성을 잃은 면역세포는 늘 흥분상태다. 사소한 자극에도 민감해져 수시로 자기 몸에 '총질'을 한다. 만성염증상태다. 만성염증은 고혈압·당뇨·비만·치매·심장병·암을 일으킨다. 스트레스는 암세포도 전이시킨다.

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다. 그럼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두 단계다. 두뇌에서 예방하라. 안 되면 적극적으로 해소하라.

외부 사건이 스트레스인가 아닌가는 두뇌(개인 사고방식)가 결정한다. 일단 스트레스라고 판단되면 그 뒤로는 내 손을 떠난다. 즉 두뇌가 온몸에 스트레스 비상을 알리면 세포는 신호세기에 비례하여 '그대로' 반응한다. 같은 사건이라도 스트레스가 아닌 걸로 마음먹어야 한다. 가능할까. 마음먹기 달렸다.

가슴 찢어질 듯 아프면 장에 구멍 나

일리노이대 연구진은 같은 일이라도 스트레스 여부는 마음먹기 달렸음을 보였다. 쥐는 특성상 오락 삼아 바퀴를 돌린다. 쥐를 두 그룹(A, B)으로 나누고 주사로 일부러 대장염증을 유발했다. 이후 A그룹 쥐는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 바퀴를 돌리도록 했다. 반면 B그룹 쥐는 그만큼을 강제로 돌리게 했다. 차이는 컸다. 강제적 운동 그룹(B)은 대장염증이 악화되었고 30%가 사망했다. 반면 자발적 운동 A그룹은 대장염증이 줄고 두뇌 해마부위 세포 연결이 늘었다. 사망도 없었다. 같은 일을 해도 자발적으로 하면 스트레스가 안 된다는 이야기다. 긍정적사고, 마인드 컨트롤, 명상이 도움이 되는 이유다. 그럼 어떤 방법이 높아진 스트레스 수치를 확실하게 낮출까.

직장인 스트레스 해소법은 운동(36.5%), 음악 감상(33.1%), 게임, 독서 순이다. 최근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낮추는 방법을 찾았다. 삼림욕이다. 올해 미시간대학 연구진은 성인 30명을 8주간 산속에서 지내게 했다. 삼림욕 시간에 따라 침 속 스트레스 호르몬을 측정했다. 1박 2일이 필요 없었다. 20분이면 충분했다. 즉,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저 멍하니 산속에 들어가 있으면 20분 만에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캐나다.영국.미국 등에서 '삼림욕 치유프로그램'을 본격 운영하는 이유다.

'소량의 독은 약'이라는 호르메시스 이론이 스트레스에도 적용된다. 즉, 낮은 단기 스트레스는 두뇌(해마)세포 연결을 튼튼하게 한다. 반면 장기스트레스는 두뇌도, 면역세포 DNA도 졸아들게 한다. 같은 일이라도 스트레스가 아니라는 '긍정적 생각'이 최선이다. 그것으로 부족하면 운동, 음악감상, 삼림욕 등 본인에 맞는 스트레스 해소책을 쓰자. 그러면 기말시험을 망쳐도 '자살다리' 떠올리지 않는다. 그 대신 배낭을 메고 런던 타워브리지를 유유히 걷는 모습을 떠올린다.

유산소 운동 20분…코르티솔 확 줄어

운동도 스트레스다. 코르티솔이 분비된다. 운동 자주 할수록 높아진 코르티솔을 낮추는 적응능력이 좋아진다. 고강도 유산소 운동으로 심장, 폐가 많이 움직여야 한다. 운동 시 두뇌는 허파 숨쉬기, 근육 움직이기에만 집중한다. 마음이 모아진다. 명상과 같다. 숨찬 20분 유산소 운동이면 코르티솔은 바닥으로 내려간다.


김은기 인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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