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가을쯤에
햇볕이 쏟아졌던 어느 날실눈으로 주위를 둘러본 것은
졸고 있는 낯선 거리였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매미 울음 소리가
불쑥 내밀 것 같은 정적 속에
집들도, 나무들도, 풀 한 포기의 이름도
나는 부를 수가 없었다
석축에 붙어 피어 있는
코스모스 꽃잎의 엷은 미소는
가벼운 바람으로 스쳐가고
온전히 눈 뜨고 보지 못하는
오늘도 흐려지는 내 탓이려니…
낮은 하늘로 내려서고 있는 뭉게구름이
여름의 한끝을 놓지 못해
묻어 두었던 어느 하루
놓쳐버린
다 부르지 못했던 이름들
다시 부르련다
양기석 / 시인·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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