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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선인장 이야기

이수임 / 화가·맨해튼
이수임 / 화가·맨해튼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12/14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19/12/13 16:57

나는 선인장을 무척 좋아한다. 30년 넘게 내 곁을 지키는 가장 사랑하는 선인장이 있다. 나와 함께 창문을 내다보고 음악 듣고 내가 춤을 추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새끼손가락만 한 것이 쓰레기 더미에서 나를 데려가 달라고 빼꼼히 내다보는 것을 지나쳤다가 뒤돌아가서 주워 창가에 놓았다. 하얀 꽃을 피우며 아기 선인장도 낳아 나를 기쁘게 한다. 나는 그저 쌀뜨물을 가끔 줄 뿐이다. 물론 자꾸 커져 휘어지는 것이 안쓰러워 실로 벽에 묶어도 주고 화분도 갈아줬다.

나의 선인장 사랑을 누군가가 엿보다가 안쓰러웠는지 가는 철사로 만든 꽤 오래되고 앙증맞은 신생아 요람을 산책 길가에 버렸길래 주어왔다. 그곳으로 옮겨 넣다가 그만 아기 선인장 두 개가 잘려나갔다. ‘미안. 아프게 해서.’ 낑낑거리며 옮기고 더는 건드리지 않는다. 바퀴 달린 것이 햇빛 잘 드는 곳으로 옮기기도 수월하다. 선인장은 창가를 내다보며 아기가 웅크리고 자는 듯 조용하다.

친구가 손바닥 길이만 한 선인장을 십여 년 전에 줬다. 이 선인장은 휘지 않고 위로만 뻗는다. 어찌나 빠르게 자라는지 천정에 닿았다. 남편은 이러다 천장을 뚫겠다고 버리자고 했다. ‘밤새 새살을 내밀고 아침에 나를 반기는 살아있는 것을 어찌 버려.’ 그럴 수 없다고 버텼다. 남편은 드디어 지난 일요일 잘라서 버린다며 가위를 들었다. 나는 식칼과 가위로 쳐내는 선인장을 차마 쳐다볼 수가 없었다. 다른 방에 가서 ‘미안하다 선인장아. 정말 미안해 .’하며 웅얼거렸다.

갑자기 남편이 침 삼키기가 힘들다며 나를 불렀다. “왜 그러는데? 무슨 일이야?” 하고 들여다보지 않고 소리쳤다. 남편 왈, 가지를 자를 때마다 그 옛날 이차돈의 목에서 흘러나왔다는 하얀 피 같은 즙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길래 호기심에 맛을 봤단다. 아니 이놈의 선인장이 감히 내 남편에게 하며 달려 나왔다. 남편 얼굴이 벌겋다 “괜찮아? 왜 쓸데없이 선인장즙을 먹냐고. 자기를 죽이는 선인장이 독을 품을 수밖에. 어떻게 해?”

다음 날 아침 남편의 얼굴은 헐크처럼 변했다. 눈꺼풀이 큰 눈을 덮고 양 볼은 툭 튀어나오고 얼굴은 시뻘겋다. 구글에 찾아봤다. 먹으면 죽는 독 선인장이 많았다. 죽으려면 접시 물에도 빠져 죽는다더니 고놈의 선인장이 사람 잡을뻔했다. 가시가 있어서 가까이하기에 좀 그렇지 항상 나를 반기며 기다리는 착한 것인 줄 알았더니 독을 품고 지금까지 내 곁에서….

사랑하는 철사 요람 속에 있는 선인장에 쌀뜨물을 주며 말한다. “너도 독을 품고 있는 거야? 너 스스로가 죽기 전, 나 살아생전에 너는 죽이지 않을 테니 잘 지내자.” 알아들었는지 방긋 웃는 듯한 화사한 모습이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그리고 식물이나 괴롭히면 독을 품는 것은 당연하겠지? 포트리의 한의사님이 식물에 독이 많으니 익혀 먹으라던 한마디가 언뜻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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