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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운 대표 노포 ‘어원’ 진수성찬을 차리다

20여년 한자리 지켜온 뚝심
한인들에 친숙한 맛을 찾아
최고의 재료에 정성 담아내

어원의 모둠 사시미

어원의 모둠 사시미

어원 아로마 센터점

어원 아로마 센터점

진수성찬(珍羞盛饌)은 '보배 진', '맛있는 음식 수', '담을 성', '지을 찬'이 한데 어울려 ‘성대하게 차린 진귀한 음식’이란 의미다. 대대로 맛이 좋은 음식으로 많이 잘 차린 상을 받을 때 진수성찬이란 표현을 사용해왔다.

어원의 지라시

어원의 지라시

일식당 ‘어원’은 LA 한인타운에서 진수성찬의 진수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20년 가까운 세월을 한 곳에서 지켜내며 한인타운의 대표적인 노포(대대로 물려 내려오는 점포)로 자리매김한 이곳은 오늘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손님들을 맞고 있다.

▶진. 한인타운의 '보배’
정통은 사라지고 이제는 원조 미상의 퓨전이 난무하는 한인타운에서 어원은 꿋꿋하게 한 길을 걷고 있다. 버몬트길 선상의 제임스 M 우드와 산마리노 사이에 위치한 어원의 원래 이름은 송학이었다. 지금의 정윤재 사장이 2000년대 초반 인수해서 어원으로 이름을 바꿨고 장사도 잘됐다.

어원 하면 회덮밥을 떠올리는 한인들이 많은데 정 사장이 개발한 메뉴다. 지금은 거의 한국산 광어를 쓰지만, 과거엔 산타바버라 산 로컬 광어 아니면 동부에서 가져온 걸 썼다. 로컬 광어는 신선하지만, 하루만 지나면 살이 떡처럼 변하고, 동부 광어는 식감은 좋지만, 신선도가 떨어지는 단점들이 있었다.



하루만 지나도 맛이 변하는데 안타까워 시도해 본 것이 회덮밥이다. 그릇은 스시용으로 밥을 식히는 큰 그릇을 썼는데 푸짐하고 잘 비벼졌다. 지금은 개당 가격이 100달러에 달한다. 그릇은 요리의 화룡점정이라 좋은 요리라도 잘 빚은 그릇을 만나야 비로소 제대로 된 한 그릇이 되는데 회덮밥이 딱 그런 셈이다.

어원은 지난해 5월 아로마 센터 2층에 2호점을 냈다. 체질개선을 통해 새로운 일식당의 모범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한인타운에 내세울 만한 보배가 하나 더 늘어났음은 물론이다.

성게밥

성게밥

▶수.'최고'의 재료와 맛
어원이 얼리지 않은 신선한 재료를 그날 모두 소진한다는 건 모두가 아는 비밀이다. 일례로 아로마 센터 2호점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참치를 들여온다. 경쟁 식당들은 엄두를 내기 힘든 최상급 재료를 가져다 쓰는데 이제는 입소문을 타서 미식가들은 이때를 노린다.

버몬트점은 물론, 아로마 센터 점도 한인들이 목말라하는 맛을 내는데 주력하고 있고 그 바탕에는 도매상과 탄탄한 협력관계가 있다. 특히 대규모 도매상과 직거래하며 현금으로 즉시 결제해준다. 미슐랭3 스타를 받은 도쿄의 스시집 ‘스키야바시지로’의 주인인 오노 지로도 “도매상들이 더 많이 안다”며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관계를 유지한다”고 말할 정도로 중요한 대목이다.

물론 말라비틀어진 전복, 물속에 너무 오래 있어 흐물흐물해진 살집의 광어 같은 걸 가져오면 가차 없다. 장어도 너무 크면 뼈가 억세고, 하루 4~5그릇이 겨우 나오는 내장탕은 재료가 신선하지 않으면 내놓지 않는다. ‘손님은 모든 걸 알고, 속이려고 한다면 음식 장사는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어원의 경영철학이기 때문이다.

▶성. 정성을 '담은' 서비스
식당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서비스는 단연 고객이 원하는 맛이다. 이런 차원에서 어원은 한국에서 가져온 생대구, 물메기, 물미역은 물론, 한국산 장어탕과 도루묵 조림을 선보이는 등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생대구탕은 알과 곤이를 각각 원하는 입맛대로 올리고, 도루묵 조림은 알 특유의 찐득찐득한 맛이 호평을 낳았다.

점심 시간대 가장 잘 나가는 메뉴는 단연 지라시와 어원 스페셜로 가격은 싸지 않지만 파는 입장에서는 원가를 파운드로 따지면 밑지는 장사다. 그런데 음식 장사는 하나씩 따지면 안 된다. 대신 숲을 크게 보고 베풀 때는 베풀어야 한다는 게 정 사장의 고집이다.

대표적인 것이 잊을 만하면 내놓는 전복죽과 광어 미역국 10.99달러 프로모션이다. 사실 시니어 손님을 위해 진행하는 이벤트로 정 사장은 “집안 어르신들이 모두 생존해 계시는데 원래 어른들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시니어 고객들이 꾸준히 찾아와서 매출을 올려주신다”며 “그분들에게 맞는 메뉴로서 정기적으로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어원 아로마 센터점

▶찬. 최고가 요리하고 '드린다’
어원 본점과 2호점 두 곳에서 일하는 스시맨은 모두 7명으로 1세대 장인들이다. 실력은 최상급이며 이 중 3명은 정 사장이 컴백한 뒤 직접 양성하고 있는 인재들이다. 스시맨에게 가장 중요한 건 성실함, 막내는 정 사장의 큰아들과 동갑내기로 지난 2년 반 사이에 실력이 올라오고 있다고 한다.

최고가 요리하고 최고로 서빙하기 위해 어원이 취하는 태도는 직원과 대립관계를 지양한다는 점이다. 함께 가야 할 파트너로서 식구처럼 인간적인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그리고 정 사장의 비밀 한 가지, 자기 분야에서 잘하는 직원에게는 다른 일도 맡겨보는 것이다.

1990년대 중반 프랜차이즈 식당 데니스를 경영하며 익혔던 감각으로 게으른 매니저 대신 성실한 주방장을 매니저로 썼더니 더 효율이 높았고 직원들도 잘 따랐다. 여기에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맡은 역할이 있는 점도 특징이다. 예를 들어, 생선 주문과 품질검사는 한 직원이 맡고, 다른 시푸드 담당은 누구에게 맡기고 하는 식이다.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고 일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손님에게도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이다.

▶'어원' 정윤재 사장 -“손님 좋아할 메뉴 선보이며 즐거움 느껴”

재미와 보람 찾아 다시 돌아와
일식집 체질개선은 중대한 과제

정윤재(사진) 사장은 음식 장사가 재미있다는 사람이다. 식당 경영하면서 이런저런 문제에 치여 장사를 접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정 사장은 다르다. 그는 “노하우만 익혀 두면 나이 들어서도 계속할 수 있는 좋은 일”이라며 “신선하고 좋은 재료 들어오면 ‘어허 좀 썰어와 봐’하고 맛도 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냐”고 웃어 보였다.

식당 안팎에서 생기는 다양한 문제들도 별것 아니다. 정 사장은 “식당에 문제 생기고, 고장 나는 건 항상 있는 일이라고 여기고 제대로 된 해결책만 마련하면 된다”며 “이 정도가 힘들다면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디 있겠나. 재미를 느끼면 고생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17년 반 만인 2017년 버몬트 어원을 다시 인수한 뒤, 지난해 5월 아로마 센터에 어원 2호점을 낸 이유도 비슷하다. 정 사장은 “어떤 메뉴를 선보이면 손님들이 좋아할 것이란 게 뻔히 보이는데 얼마나 식당을 하고 싶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특히 2호점은 주변 사람 열에 아홉은 망해 나가는 가게 자리라며 오픈을 말렸던 곳이다. 그러나 30년 상업용 부동산을 취급했던 그의 촉은 달랐다. 정 사장은 “한인타운에서 숱하게 많은 식당 자리를 봐왔지만, 이 정도 입지와 위치도 흔치 않다”며 “5월에 오픈한 뒤 7월부터 이익을 내기 시작해 지금도 잘 운영해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가 직면한 과제는 일식집도 체질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타인종 고객이 늘고, 한인사회의 대접 문화도 바뀌었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버몬트점과 아로마 센터 점의 발전 방향을 다르게 잡고 있다.

정 사장이 부재했던 17년 넘는 세월 동안 일부 한식화된 취향의 버몬트점은 나름의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체질개선을 할 계획이다. 대신 아로마 센터 점은 다운타운의 ‘스시 겐’처럼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는 점포로 장인정신을 갖고 키워갈 예정이다.

그는 “타운에 많았던 한인들이 운영해온 일식집도 많이 사라졌고 남은 곳들도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체질개선은 불가피한 과정이지만 긍정적인 자세로 이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어원 구글 리뷰 살펴보니…"처음부터 끝까지 원더풀"

‘어원’에 대한 구글 리뷰는 총 183개에 별점 3.8개를 주고 있다. 사람마다 나쁜 평가도 있지만, 대부분은 신선하다, 회덮밥이 대단하다, 훌륭한 맛, 친절한 직원들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아이디 ‘Dc’는 최근 “어원에 회덮밥을 먹으러 간다. 밥 위에 생선회와 야채가 거대한 샐러드처럼 쌓여 있다. 소스는 가벼운 참기름과 매콤달콤한 초고추장으로 맛을 냈다”며 별점 5개를 줬다.

‘제니퍼 Y’는 “음식은 훌륭하고 서비스도 좋았다. 모든 직원이 함께 잘 어울려 즐겁게 일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푸짐한 상차림도 칭찬했다. ‘s so’는 “한국 스타일의 일본식 사시미와 스시를 원한다면 반드시 어원을 찾아야 한다. 넉넉하고 신선한 맛이 좋다”고 했고, ‘존 김’은 “회를 양껏 먹고 싶을 때 항상 어원의 콤보 메뉴를 선택한다”고 팁을 알려 줬다. 또 ‘스티브 조’는 별 4개를 주며 “코스 요리를 시켜 4명이 먹었는데 5~6명이 먹을 정도로 넉넉했다”고 평가했다.

이밖에 ‘진 이’는 “한국에서 먹던 회덮밥이 그리웠는데 어원은 그 이상”이라며 “한 그릇에 넉넉한 생선회와 채소 그리고 매콤달콤한 소스를 즐길 수 있다니”라고 적었다.


류정일 기자 ryu.jeongi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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