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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빨래

너를 보면 측은한 생각이 든다
이 세상 한 번 살다가기도 힘겨운데
너는 수도 없이 죽었다 깨어나야
대접을 받는 기구한 운명
옛날엔 냇가에서 모진
물 고문과 방망이 찜질
끝내 불 고문까지 당해야
장롱에 들어갈 자격을 얻었다



요즘엔 너를 고문하는 기계까지 나와
한 번 들어가면 그 고통 오죽하랴
깜깜한 물통 속에 뒤틀리고 쥐어짜고
혼미한 정신 뺑뺑이 고문도 끝나야
겨우 주인의 손에 안길 수 있으니

그래도 옛날엔
꼬집혀도 부드러운 손길이었고
빨랫줄에 깃발처럼 매달려
한나절 파란 하늘 구경하며
산들바람과 놀 수도 있었는데

네게 무슨 죄가 그리 깊겠느냐
다만 사람들과 가장 가까이 지낸 잘못과
인간의 치부 감싸주고 보호한 죄 하나로
그렇게 모진 형벌 당하는 걸 보니
알만하다 아득한 세월에 쌓인
인간들의 찌든 큰 죄업을


강언덕 / 시인·펜문학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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