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퍼니처 거장’ 최병훈, 휴스턴 미술관서 모셔왔다
조각 ‘선비의 길’ 영구 설치
3년 전에 관장이 파격 의뢰
홍익대 목조형가구학과 교수로 일한 최병훈은 국내 아트 퍼니처의 선구자다. 아트 퍼니처는 감상용 예술 오브제이지만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가구를 말한다. 대량생산품과 전통공예품만이 가구로 여겨지던 1980년대부터 그는 예술과 결합한 가구 디자인으로 제3의 길을 개척해왔다. 독일 비트라 디자인미술관,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프랑스 파리 국립장식미술관, 홍콩 M+미술관이 그의 작품을 소장 중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휴스턴미술관 큐레이터가 2014년, 2016년 뉴욕의 프리드먼 벤다 갤러리에서 열린 그의 아트 퍼니처 전시를 눈여겨본 게 계기가 됐다. 최 작가는 “2016년 전시 때 휴스턴미술관 큐레이터가 찾아와 ‘2년 전부터 당신 작업을 지켜봤다’고 말했다”며 “이듬해 7월 게리 틴터로 관장이 작품을 공식 의뢰했다”고 전했다.
작품 ‘선비의 길’은 높이 3m, 가로 70㎝ 기둥 3개가 모인 형상. 재료는 인도네시아산 현무암이다. “겉은 흑갈색이고 속은 진한 검정으로, 거친 원시성(표면)과 매끈한 현대성(내부)을 함께 표현할 수 있어서”다. 작품은 미술관 서쪽 입구 13.5m, 4m 규모의 얕은수면 공간 위에 설치됐다. 현장답사부터 작품 완성까지 2년 6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돌과 나무 등을 주재료로 작업하는 최 작가는 작품에 도(道)와 선(禪) 그리고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담아 간결한 조형으로 빚어낸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일본·중국과 달리 화려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한국적 아름다움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2017년 8월 정년 퇴임했지만 작가로선 ‘현역’이다. 프리드먼 벤다 갤러리 등을 통해 컬렉터들의 작품 의뢰가 이어지고 있다. 그는 “내 작업이 어떻게 진화할지 저도 궁금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자신을 믿어라. 장르의 벽을 의식하지 말고, 남과 다른 나만의 것으로 도전하고 또 도전하라” 그가 젊은 작가들에게 던지는 조언이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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