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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5(Tue)

물가 낮아도 뛰던 집값…짙어진 마이너스 그림자에 잡힐까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09/20 13:37

소비자물가 동향과 따로 움직이는 집값
소비 위축보다 다른 변수 영향이 더 커
저물가 굳어지면 효과 달라질 듯
투자로 집 사기에 불확실성 짙어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다시 들썩이는 서울 집값에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한 저물가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주택시장에 ‘마이너스’ 그림자가 나타났다. 소비자물가가 사상 처음으로 지난달 ‘마이너스’ 변동률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저물가가 저성장과 맞물려 주택시장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몇 년 전부터 시장 부근을 맴돌다 이제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요즘 서울을 중심으로 다시 들썩이는 집값이 물가·경제에 아랑곳하지 않고 홀로 상승할 수 있을까.


그동안 집값은 물가와 다른 행보를 보여왔다. 2010년대 초반 2%대이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15년 0%대(0.7%)를 보인데 이어 지난해까지 1%대로 굳어졌다. 그런데도 서울 집값이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뛰었다. 집값이 급등했던 2000년대 초·중반 노무현 정부 때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에서 2%대로 떨어졌다.

우선 집값은 소비자물가 동향과 상관없다. 집값도 주택 소비자가 느끼는 ‘물가’이지만 통계상 소비자물가에 잡히지 않는다. 소비자물가는 일반 국민이 일상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를 사는 비용의 움직임을 측정한다. 세금과 같은 비소비지출이나 주식·토지·주택 등 재산증식을 위한 비용은 제외한다. 주택 관련으로 주택 임차료 항목에 전세·월세가 들어있다.

기술적인 통계는 관련 없어도 저물가가 소비 위축을 뜻하는 것으로 주택 수요와 무관할 수만은 없다. 지금까지는 물가보다 시중 자금인 유동성과 정부 규제, 대규모 공급 등이 주된 변수였다.

유동성 지표의 하나로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통화량인 M2로 보면 2015년 이후 연평균 8% 가까이 증가했다. 2000년대 중반에는 연평균 증가율이 10% 선이었다. 돈 드는 지출을 줄이는 대신 돈 되는 집을 사는 데 돈을 아끼지 않은 셈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이후에는 규제 반작용도 작용했다. 노무현 정부 때 강도 높은 규제 뒤 잠깐 하락하다 다시 튀어 오른 집값의 학습효과다.



자료: 통계청 국민은행





현재 시장에 앞으로 추가 금리 인하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가장 큰 요인이다. 미국의 금리 인하를 따라 국내 기준금리도 한 차례 더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 일각에서는 10월 민간택지 상한제 시행에 대해 유보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시장은 이미 시행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 주택정책 주무부처인 국토부 홈페이지에는 ‘10월부터 분양가상한제, “집값 안정, 내집 마련 쉬워져”’라는 안내문이 걸려있다. 10월부터 상한제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게 아니다.

가격을 규제하는 민간택지 상한제가 정부 기대와 달리 되레 집값을 자극하고 있다. 상한제로 앞으로 주택공급이 줄지 않겠느냐는 우려에서다.

미래에 대한 불안 심리로 인해 갈 곳을 찾지 못하는 풍부한 유동성이 요즘 주택시장을 움직이는 것이다.



국토부 홈페이지에 실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홍보.





하지만 이제껏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던 저물가의 압력이 앞으로 높아질 수 있다. 마이너스 물가가 이어지는 디플레이션이나 금융위기와 같은 경제 충격이 오지 않더라도 지금보다 더한 저물가와 저성장이 주택시장의 디폴트(기본 환경)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잠재적인 주택 구매력인 경제활동인구가 줄고 저성장으로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고가 상품인 주택시장에 미치는 저물가 파급효과가 커질 수밖에 없다. 유동성이 풍부해도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둑이 높아졌다. 자금 여유가 없는 ‘개미’가 달려들기 어렵다.

서울 집값이 오른 2014~18년 5년간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가 55만가구다. 집값이 폭등했던 2006년 이후 2013년까지 8년간 사고 팔린 물량(57만가구)과 비슷하다. 최근 몇 년간 집값 상승세에 웬만한 수요자는 올라탄 셈이다.


최근 서울 집값 상승세가 이전의 단기 폭등 양상을 보이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많은 이유다.

7~8월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0.21%다. 8·2대책이 나온 2017년이나 9·13대책이 발표된 지난해 같은 기간엔 상승률이 각각 1%가 넘었다.

상한제가 시행되면 시장이 우려하는 만큼 주택공급이 줄어들지도 불확실하다. 상한제 적용 기준에 반발하고 있는 서울시내 재건축·재개발 관리처분 구역 66곳(건립 가구 수 10만가구)은 사업을 포기할 수 없다. 2022년부터 정부가 수도권 30만가구 주택공급 계획에 따른 서울 4만가구가 기다리고 있다. 이들 물량이 시장에 제대로 나온다면 만만치 않은 공급량이다. 현재까지 분양한 물량만 보더라도 당장 내년까지 입주물량이 예년보다 많다.

지금 집을 사면 암울한 경기 전망과 입주 봇물이 기다리고 있는 안갯속 시장을 여러 해 헤쳐가야 한다. 투자보다 필요에 따라 주택 구입을 판단할 때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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