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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0원에도 텅텅…'깡통 상가' 동대문이 울고있다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4/01 13:02

코로나ㆍ온라인ㆍ경기침체 3연타
텅 비어가는 대형 집합상가들
역세권에 입지조건 우수하지만
업종변경 어려운 구조적 문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동대문 쇼핑가의 모습. 쇼핑몰의 공실이 심각하다. 중앙포토





“어렵게 버텨왔는데 정말 다 끊겼어요. 유령상가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동대문 복합쇼핑센터 ‘굿모닝 시티’ 3층 남성복 매장. 불 켜진 점포보다 빈 곳이 많았다. 그나마 여성복과 남성복을 파는 1~3층의 사정은 나았다. 나머지 층은 텅 비거나, 점포가 남아 있더라도 휴업상태였다. 3층 한 귀퉁이에 있는 옷 수선집의 주변조차 빈 점포로 어둑했다. 수선집 주인은 “원래 경기가 안 좋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외국 사람도 전혀 안 오니까 정말 굶어 죽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의류 매장의 계속된 불황으로 업종을 바꿔 한 층을 전부 가상현실(VR) 테마파크로 바꿨던 4층 역시 캄캄했다.

공실이 쌓이다 보니 월세가 0원인 곳이 수두룩하다. 한 계좌(3.3~3.5㎡, 점포 한 칸)당 15만원인 관리비라도 보전하기 위한 방편이다. 한때 2억원이 넘던 계좌 매매가(1층 기준)도 수천만 원대로 뚝 떨어졌다. 그런데도 안 나간다. 굿모닝 시티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밀레오레 등 인근 복합쇼핑센터의 처지가 비슷하다. 강변, 신도림에 있는 테크노마트도 상황이 같다.










동대문 쇼핑몰 '굿모닝 시티' 내부. 임대료가 없는 점포도 많지만 층마다 빈 곳이 더 많다. 한은화 기자





온라인 시장의 성장이 오프라인 상가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은 많았다. 코로나 사태가 상가의 위기를 더 앞당기고 있다.

수익형 부동산 전문기업 상가정보연구소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1~2월 전국 상업용 부동산 거래량은 1267건으로 지난해(1185건) 동기 대비 21.8% 늘었다. 반면 3.3㎡당 평균 거래 금액은 916만원으로 지난해 동기(1187만원)보다 22.8% 줄었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3월부터 코로나 확산에 따른 충격이 본격화돼 침체기가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동대문 복합쇼핑센터, 테크노마트처럼 한 업종으로 특화된 테마형 집합상가는 상가 중에서도 가장 약한 고리다.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하기가 어려운 구조다. 덩치가 큰데 점포를 수없이 쪼개 분양해 점주가 수백~천명에 이른다. 업종을 바꾸려면 점주 대다수의 동의가 필요하다.










강변 테크노마트 9층 식당가의 모습. 한은화 기자





같은 날 서울 광진구 구의동 강변 테크노마트 9층 식당가. 에스컬레이터 옆의 식당 점포 4곳이 나란히 비어 있다. 한 층 위, 10층에 있는 CGV 영화관조차도 텅 빈 코로나 시국이다.

인근 식당 사장은 “비어 있는지 몇 개월 됐는데 보러 오는 사람도 없는 것 같고 안 나간다”고 말했다. 9층 식당가 중에서 매장 규모가 큰 탓(실평수 15~30평대)도 있지만, 지정된 업종만 영업해야 하는 게 걸림돌이다.

강변 테크노마트 인근 공인 중개업소 대표는 “애초부터 지정업종으로 분양됐기 때문에 족발집은 족발만, 비빔밥집은 비빔밥만 팔아야 한다”며 “다른 음식점과 겹치지 않은 업종을 한다면 되긴 하는 데 동의를 구해야 해서 시간이 걸린다”고 전했다.

6층 휴대전화 매장을 제외하고, 전자제품 판매하는 나머지 층도 비어 있긴 마찬가지다. 동대문과 마찬가지로 ‘월세 0원’인 점포도 많다. 8층에서 DVD 판매를 하는 김모 사장은 “올해부터 월세를 안 내고 관리비만 18만원 내고 있다”며 “테크노마트를 살릴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감”이라며 한숨 쉬었다.



테크노마트 지하 1층은 지하철 2호선 강변역과 연결되어 있지만 텅 비었다. 한은화 기자





대형 집합상가는 경매시장의 단골손님이 됐다. 매각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이 10%에도 못 미치는 경우도 있다. 오명원 지지옥션 연구원은 “낙찰자가 관리비를 인수해야 해서 많이 유찰된 물건일수록 밀린 관리비가 천만 원대를 훌쩍 넘는다”며 “2010년 이후 소비패턴에 변화가 시작됐고 2015년부터 온라인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집합상가 경매물건이 점점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이후 경기가 회복되면 집합상가에도 볕이 들까. 이상혁 더케이컨설팅그룹 상업용부동산센터장은 “집합상가의 경우 집적 효과 덕에 누렸던 전성시대는 이미 지났다”며 “오프라인 매장으로써 트렌드에 맞는 용도로 변하지 않으면 점점 도태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 들어 낙찰된 서울 집합상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변하려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규약의 설정·변경하려면 소유자의 4분의 3 이상의 찬성을 얻고, 영향을 미치는 소유자의 승낙을 받아야 한다. 거의 대다수의 동의가 필요한 구조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거 상가가 잘 되려면 입지 조건이 가장 중요했다면 이제는 매니지먼트가 더 중요한 시대”라며 “사람들이 선호하는 용도로 탄력적으로 바꿀 수 있게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매장으로써 특화할 필요도 있다. 동대문 쇼핑가의 경우 창신동 봉제업과 같은 배후 산업을 활용해 젊은 디자이너의 쇼룸으로 거듭나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8차선 도로를 사이에 둔 DDP와의 연결도 과제 중 하나다.

동대문 쇼핑상가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DDP가 생긴 이후 동대문 전역이 패션 메카로 거듭날 줄 알았는데 관광객이 DDP로만 몰리고 쇼핑거리 쪽으로 넘어오지 않는다”며 “DDP와 쇼핑상가들을 지상·지하로 유기적으로 연결하도록 서울시가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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