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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맹모 12월 쏟아지는데…"전세난 1년 더 갈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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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10/18 13:13

[안장원의 부동산노트]
(상)계약갱신청구권 후폭풍
전세시장 성수기 맞아
신혼부부·전학 수요 급증
전세난 '기하급수'적 악화 우려



전세난으로 신혼집을 구하는 신혼부부와 명문 학군으로 전학가려는 '맹모'가 혹독한 계절을 맞고 있다. 사진은 서울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 오는 12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 김모(35·서울)씨. 신혼집을 아직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직장과 가까운 서울 마포 일대를 알아보다 좀 더 먼 서대문 쪽을 뒤지고 있다. 처음엔 아파트에 들어가려 했지만 지금은 다세대든 다가구든 상관없다.

김씨는 “매물이 있다는 중개업소 전화를 받은 뒤 예비 신부와 상의하고 다시 전화하는 사이 계약된 게 3~4건 된다”며 “집을 볼 필요도 없이 중개업소 얘기만 듣고 위치나 집 상태가 몹시 나쁘지 않다면 무조건 계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직장에서 너무 멀면 힘들기 때문에 결혼 전에 집을 구하지 못하면 직장과 가까운 처가에 들어갈 생각도 있다”고 덧붙였다. 결혼 후에도 부모와 함께 사는 ‘캥거루족’이 늘어날 수 있다.

# 서울 성동구에 사는 박모(43)씨는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강남 중학교로 옮기기 위해 전학을 계획하고 있다. 겨울방학 전에 일찍 전학해야 학교 배정에 문제가 없을 것 같아 요즘 전셋집을 구하느라 발품을 팔고 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적당한 집이 없어 애를 태운다. 박씨는 “무리를 해서라도 매매를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2개월 새 전셋값 3억7000만원 껑충

지난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2년+2년)과 전ㆍ월세 상한제(5%)를 내용으로 하는 임대차보호법이 전격 시행된 뒤 전세난이 심화하고 있다.

법 시행 3개월을 맞으면서 효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존 임대료 ‘주춤’, 신규 ‘급등’의 양극화다. 전·월세 확정일자 신고 현황을 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 엘스 전용 84㎡가 이달 초 8억6000만원에 전세 계약했다. 2018년 10월 8억2000만원에 계약한 집에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것이다.

보증금을 월세로 돌릴 때 적용하는 이율인 전·월세 전환율이 지난달 연 4%에서 연 2.5%로 내리면서 월세 상승세도 꺾였다. 엘스 옆 리센츠 전용 84㎡ 보증금 5억원의 월세가 지난달 210만원까지 계약됐다가 이달 120만원으로 내렸다. 보증금 6억원의 전환율 인하로 1.5%에 해당하는 금액이 줄었다.

반면 계약갱신청구권 대상이 아닌 신규 전셋값은 무서울 정도다. 엘스에서 이달 계약된 같은 크기(전용 84㎡) 전셋값은 12억3000만원을 기록했다. 같은 달 계약갱신해 체결한 전세금(8억6000만원)보다 4억원가량 더 비싸다. 계약갱신청구권 시행 직전인 지난 7월 최고 거래금액은 10억5000만원이었다. 8월 11억원을 찍더니 9월 12억원을 넘었다. 2달 새 20%가량 치솟았다.



한 부부가 야외에서 작은 결혼식을 올리고 있는 모습. [사진 웨딧 제공]





12월 가장 많이 결혼하는 '겨울 신부'

전세난의 직격탄은 올해 가을과 겨울에 결혼하는 신혼부부와 명문 학군으로 옮기려는 ‘맹모’가 맞게 됐다.

분기별로 따져 결혼을 가장 많이 하는 때는 4분기(10~12월)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19년 10~12월 연평균 결혼 건수가 7만3000여건이다. 4~6월(7만건)과 1~3월(6만9000건)과 비교해도 많다. 서울은 10~12월 1만5000건, 4~6월 1만4000여건이다. 월별로는 12월이 가장 많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 건수를 보면 전체적으론 3월에 가장 많다. 그다음으로 1월과 2월이다. 하지만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선 12월, 1월, 2월 순이다. 최근 5년 월간 평균 전셋값 변동률도 강남구를 보면 12월이 0.46%(전체 0.3%)로 월등히 높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결혼·전학 수요 등으로 가을·겨울이 전세 시장 성수기"라며 "성수기로 접어드는 때에 임대차제도가 바뀌어 충격이 더 크다"고 말했다.



자료: 통계청








자료: 서울시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전세난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이번 계약갱신청구권의 후폭풍이 임대차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한 1989년보다 훨씬 세기 때문이다.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인해 임대차 기간이 과거의 2배인 2년 더 늘어난다. 과거엔 임대인이 임대료 상승분에 1년 치를 더 얹었다면 지금은 2년 치를 더하는 것이어서 일시적인 상승 폭이 훨씬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89년 임대차 기간 2년 연장 후 아파트 전셋값 급등은 전국적으로 1990년 1~5월 5개월간 이어졌다. 서울은 1~4월 4개월이었다. 서울 전셋값은 26.1% 치솟았다(국민은행).

월간 상승률 9년 만에 최고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2%를 넘었다. 전셋값이 13.4%나 오른 2011년 9월(2.21%) 이후 최고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셋값 상승세가 이전엔 '산술급수'적이었다면 이번엔 매물 품귀까지 겹쳐 '기하급수'적이다"고 말했다.

정부도 뒤늦게 전세난 장기화 우려를 인정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단기적으로 많이 올라와 있는 상황이고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 같다"며 "(대책 후) 2개월 정도면 어느 정도 효과가 나지 않을까 했는데 안정화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지난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일정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하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전세 매물 부족이 나아질 때까지 6개월 이상 1년까지 전세난이 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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