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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기고] 김수환-눈 밟는 소리

김수환
김수환 기자

[시카고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11/20 17:05

먼동이 트면서 대지는 희미하게 밝아 온다.
창 밖에는 눈이 날리고 있다. 반갑고 기분이 좋다.
내리는 흰 눈 사이사이로 눈꽃이 희미하게 보인다.
두둑이 입고 나갔다.
앙상한 가지에는 눈꽃이 만발했다.
호숫가에는 아무도 밟지 않은 흰 눈이 길을 덮고 있다.
발목까지 빠진다.
빠드득, 빠드득~~~!
눈 밟는 소리는 아름다운 자연의 멜로디다.
처음 밟는 사람이 정도로 바로 가야 한다는데---?
나도 모르게 명상에 잠겼다.
지난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가슴에 뜨거운 피가 약동하던 그 시절!
많이도 사랑했던 그 사람들!
아리도록 아름답던 그 때 그 추억들~~~!
이렇게 명상할 수 있는 시간!
눈물 나게 감사하다.
이 여유로움! 이 한가한 시간~~~!
오라는 사람도, 갈 곳도 없는 늙은이의 이 특혜!
이건 늙은 이에게 주어지는 특권이다.
누가 늙으면 불쌍하다 했나?
불쌍한 것이 아니라 특혜를 누린다.
노병은 죽지 않고 사라질 뿐이다.
승전의 흔적을 남긴 퇴역 장군처럼!
늙으면 마지막 막을 내리고 조용히 살아지는 것이 인생이다.
아름다운 단풍 되어, 만인에게 즐거움 주는 노병으로~~~!! (마운트프로스펙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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