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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한 성인’ 욕망 통제 못하면, 지구촌 곳곳 지옥촌 된다

황세희 / 국립중앙의료원 건강증진예방센터장
황세희 / 국립중앙의료원 건강증진예방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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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20/07/02 미주판 16면 기사입력 2020/07/01 17:33

핵가족·저출산에 버릇없이 자라
성인돼도 공동체와 조화 못이뤄

권력 잡으면 인격장애 유사 증상
비판 못 견디고 공감 능력 떨어져

무리한 요구하면 단호히 거절하고
나쁜 행동은 상응한 응징 받게 해야


세계가 일일생활권으로 운용되는 21세기다. 평생 가족이나 이웃들과 교류하는 전통사회와 달리 개방된 사회에서는 익명성을 가진 수많은 이방인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 상대방의 언행을 예측하기도 힘들고 대응법도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pandemic)은 사람 간 교류를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비대면 시스템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한 가족처럼 운영되는 지구촌이지만 낯선 사람들과 비대면 접촉으로 다양한 교류를 하는 시대가 전개될수록 성숙한 인간상에 대한 요구는 날로 커지고 있다.

남들 고통 받아도 아랑곳 안 해

반면 현대화와 더불어 진행된 핵가족화·저출산 현상은 성숙한 성인의 비율을 줄여왔다. 본인을 우주의 중심에 두고 매사를 자기 뜻대로 하려는 ‘버릇없는 아이(spoiled child)’들이 양산된 탓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가기 마련이다. 일단 버릇없는 아이로 자란 뒤엔 버릇없는 청소년기를 거쳐 ‘무례한 성인(spoiled adult)’으로 사회에 진출하기 쉽다. 무례한 성인은 주변 사람들의 스트레스 지수를 올리고 불쾌감을 조성하는 부정적인 존재다. 만일 이런 사람이 권력자가 되면 공동체는 집단 스트레스 상황을 넘어 위험에 빠지기도 한다. 무례한 성인은 문명인으로 사는 법을 배우지 못한 미숙하고 불완전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성숙한 성인은 동물적 본능으로 소통하는 신생아가 학습과 훈육 과정을 통해 문명인으로 재탄생한 모습이다. 훈육 없이 성장한 사람은 호모 사피엔스의 유전자에 각인된 본능적 오욕칠정(五慾七情)만을 추구하며 살기 쉽다. 통제받지 못한 욕망이 표출되는 사회는 남태평양 이스터 섬 원주민의 비극적 결말처럼 수시로 지구촌 곳곳을 지옥촌으로 만든다. 나치에 의해 죄 없는 600만 유대인이 학살된 사건도 불과 80여년 전 산업화를 주도하던 유럽에서 일어났다.

정신의학적으로 무례한 성인은 인격 장애의 다양한 특징을 보여준다. 인격(성격)은 개개인의 특징적인 언행과 생각, 감정 등을 보여주는 성향인데, 타고난 성품과 양육 환경이 합쳐져 형성된다. 예컨대 천성이 불안정한 아이도 성숙한 어머니가 양육하면 인격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든다.

인격 장애자 비율은 일반 인구의 5~25% 선이니 절대 적지 않다. 모든 문제를 남 탓으로 돌리고 본인의 잘못은 전혀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의심해볼 만하다. 그들은 본인 때문에 남들이 아무리 고통을 받아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혹시라도 ‘그토록 무례한 행동을 했으니 본인도 조금은 불편한 마음이겠지’라고 생각한다면 오판이다.

사실 인격은 출생 후 성인이 될 때까지 수십 년에 걸쳐 만들어진 결과물이라 전문가도 교정하기 어렵다. 고약한 성격이 본인을 괴롭히거나 불편하게 만들지 않다 보니 고치겠다는 의지도 전혀 없다.

간혹 문제 행동으로 타의에 의해 병원을 찾기도 하는데 주된 치료법은 정신 치료다. 물론 이때도 전문가들은 그들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고치라는 식의 조언은 안 한다. 옳은 말도 안 듣기 때문이다. 대신 치료자는 상황별로 적절한 현실 대처법을 일러준다. 예컨대 폭력으로 경제적 손해를 봤으니 앞으로는 폭력을 사용하지 말라는 식이다.

미국은 엄격한 응징 시스템

그렇다면 다양한 인격 장애 특징을 보이는 무례한 사람과 공동체 생활이나 사회적 관계를 맺어야 하는 보통 사람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우선 명확한 기준을 설정한 뒤 무리한 요구 사항은 처음부터 단호하게 거절해야 한다. 잘못된 언행은 결코 상황을 조정할 수 없다는 점을 주지시켜야 한다. 또 나쁜 행동 때문에 피해를 봤다면 마땅히 그에 상응하는 ‘응징’을 받게 해야 한다. 그래야 반복되는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흔히 “미국 중산층은 사회 규범을 잘 따른다”는 말을 하는데 이면에는 이민자 사회인 미국의 엄격한 응징 시스템이 존재한다. 20년 전 미국 고속도로를 달리다 ‘창밖에 물건 던지면 1000달러’라는 문구를 인상 깊게 본 기억이 난다.

흥미로운 사실은 무난하게 사회생활을 하던 사람도 일단 권력자가 되면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공격적으로 변하면서 인격 장애인의 특징을 보인다는 점이다. 사소한 비판도 인정하지 못하고 본인의 잘못에 대해 당당하다. 공감 능력을 담당하는 뇌의 신경세포(거울 뉴런) 기능이 약해진 탓인데 절대 권력자일수록, 또 권력을 차지한 기간이 길수록 이런 증상은 더 심해진다. 몇 년마다 선거를 통해 유권자가 권력자의 통치 기간을 제한하는 민주주의가 우수한 사회제도로 정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무례한 행동에 대한 대처법은 큰 집단 간 협상이나 거래를 할 때도 적용된다. 아무리 큰 조직도 결국은 최고 권력자 개인의 언행을 움직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 16일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군사도발을 암시하던 북한이 24일, 돌연 태도를 바꿔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한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태도 변화의 이유를 최근 우리 사회에서 반북 정서가 크게 확산 중인 데다, 북미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우리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향후 북한 당국의 폭력적이고 무례한 언행을 우리 정부가 어떤 묘안으로 대응해 건강하고 균형 있는 남북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서울대 의대 졸업 후 서울대병원에서 인턴·레지던트·전임의 과정을 수료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미국 MIT에서 연수했다. 1994년부터 16년간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로 활동하면서 ‘황세희 박사에게 물어보세요’ ‘황세희의 남자 읽기’ 등 칼럼을 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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