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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포럼] 뮬러 특검 보고서의 전면 공개가 필요한 이유

중국의 유명한 고사성어에 '지록위마'라는 말이 있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부른다."는 뜻으로 모순된 것을 끝까지 우겨서 남을 속이려는 행위 또는 고의적으로 옳고 그름을 뒤바꾸는 행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진시황이 죽은 후 환관 조고는 태자 부소를 죽이고 어린 호해를 황제로 삼았다. 간신 조고는 조정의 실권을 장악한 뒤 호해에게 사슴을 바치며 말을 바친다고 이야기하자 신하들도 조고가 두려워 말이라고 동조 하였다. 사슴이라고 진실을 말했던 충신들은 죽음을 당했고 이후 조고에게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그 후 천하는 큰 혼란에 빠졌고 각처 에서는 진나라 타도의 반란이 일어났다고 역사는 가르친다.

4쪽 요약본이 남긴 문제

지난 3월 22일 전 세계 언론이 주목하는 가운데 로버트 뮬러 특검의 보고서가 윌리엄 바 법무장관에게 제출되었다. 2년 전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사실로 밝혀진 후 최대 수혜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선거본부가 러시아와 공조 및 사법방해를 했는가에 대한 수사의 결과와 증거자료들을 담은 것이 그 내용이다. 거의 2년간 검사 19명, 연방수사국(FBI) 요원 40명이 동원되어 500명의 증인을 조사하고 2800건의 소환장, 500건의 수색영장을 발급하여 러시아인 26명과 트럼프 캠프 최고위 측근 6명을 기소했고 이중 5명은 이미 범죄 유죄시인을 했다. 이런 숫자만 보더라도 이번 특검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권력형 범죄 수사 중 하나였다. 문제는 이틀 후 발생했다. 관련 서류와 증거 자료의 양으로도 대형 밴 2대에 해당되는 분량을 핵심만을 정리한 400쪽의 뮬러 특검 보고서를 임명된 지 한달 밖에 안된 법무장관이 겨우 4쪽의 요약본으로만 '축소' 발표한 것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바 법무장관은 오래된 트럼프 지지자이며 뮬러 특검 수사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해 온 인물로서 그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발탁한 것으로 보도 되었다.

법무장관, 선례·규정 무시



법무장관이 특검 보고서 전문을 의회에 즉각 제출하지 않은 것도 이례적이지만 법무장관 개인의 의견을 요약본만 의회와 언론에 넘긴 것도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워터게이트 사건 특검의 예를 들어보자. 도청과 사법방해 혐의의 조사 대상 이었던 닉슨 대통령은 1973년 10월 20일 그 유명한 '토요일 밤의 학살(Saturday Night Massacre)'을 통해 당시 특검을 파면시키라는 본인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법무장관과 차관을 파면시키고 특검마저 파면 시켰다. 이러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그 후 임명된 리온 졸스키 특검은 대통령 개인이 아닌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특검의 의무에 따라 용기 있게 1974년 최종 보고서 전체를 연방의회에 제출했다. 이 사건 이후 닉슨의 탄핵에 찬성하는 여론이 크게 늘어나 닉슨은 하원에서 탄핵안이 가결되자 상원 표결을 앞두고 스스로 하야하게 되었다.

연방 특검법 또한 법무장관이 모든 혐의에 대해 상세하고 투명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할 의무를 명시 하고 있다(28 CFR Sec. 600.9). 그러나 바 법무장관은 이러한 선례와 규정을 무시했다. 그가 자신의 요약본에서 (1)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의 러시아와의 공모는 없었다 (2)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방해를 했을 수도 있고 안 했을 수도 있으나 내 생각에는 안 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뮬러 특검 보고서는 상당 부분 삭제가 필요하며 삭제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뮬러 특검수사를 '마녀사냥' 이라고 비판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이 트위터를 통해 "나는 완전히 무죄"라고 선언했고 "주류 언론이 부패하고 거짓된 행태로 전 세계의 경멸을 받고 있다. 그들은 국민의 적"이라고 썼다. 백악관 대변인과 법률 고문도 이구동성으로 "대통령을 반역범으로 보도한 주류언론은 사과하고 민주당 의원들은 사퇴하라"고 몰아 세웠다.

미국민 56% 아직도 의심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한국 언론들은 "뮬러 특검이 트럼프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뮬러가 트럼프 대선 가도에 장애물을 치워 주었다" 라며 바 법무장관의 주장이 뮬러 특검 보고서의 실재 내용인 듯 무비판적으로 보도했다. 더 나아가 이것으로 특검 조사는 트럼프 측의 완승으로 모두 끝난 것처럼 보도했다. 한국 내 발행 언론 중 거의 유일하게 허핑턴포스트가 3월 26일자 기사에서 "미국 법무장관의 뮬러 특검 수사 결과 요약문에 대해 알아야 할 5가지?이제 트럼프는 '무죄'로 밝혀졌나?" 라는 머리 글과 함께 바 법무장관의 요약문에 대한 합리적 비판을 제시했다. 참고로 미국 NPR-PBS 여론 조사에 따르면 36%의 미국 유권자만이 트럼프 대통령의 완전무죄 주장에 동의했고 56%는 아직 의심이 간다고 밝혔다. 최근 CBS 여론 조사에서도 미국인의 77%가 특검 보고서의 전면공개에 찬성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여론에 힘입어 민주당과 연방하원은 즉시 뮬러 특검 보고서의 전면 공개를 요구했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의회의 소환권을 발동하고 이를 무시할 경우 법정 소송까지 강행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처음에는 "뮬러 특검 보고서의 전면 공개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가 최근에는 "전면공개는 시간낭비"라고 180도로 입장을 바꾸었다는 점이다. 나는 여기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진지하게 묻고 싶다. 진실로 떳떳하다면 그가 협상의 상대에게 자주 요구하는 기준대로 자신의 무죄를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이며, 영구히' 증명해 줄 특검 보고서의 전면 공개를 왜 반대하느냐고? 법이나 정치를 잘 모르는 일반 시민들의 상식으로도 이것만큼은 안다. 즉, 모든 정치적 범죄의 공통점은 "감추는 자가 범인"이라는 것을.

민주주의·헌법의 위기

이미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뮬러 특검 수사관들의 제보를 인용하며 "뮬러 특검 보고서는 바 법무 요약본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더 큰 피해를 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러시아의 미국 선거개입 당시 최대 수혜자인 트럼프 선거 캠프가 이미 유죄가 확정된 러시아 요원들에게 대가를 지불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우회적으로 연방하원 세입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탈세 및 분식회계 관련 혐의를 근거로 대통령의 개인 및 회사의 지난 6년간 세금 보고서를 소환 하기로 했다. 연방세법은 누구든 필요 시 특정 개인의 납세 관련 정보를 요청할 명시적 권한을 하원 세입위원장에게 부여하고 있다(IRS Code 6104f). 이 법은 1920년대부터 존재해왔으며 행정부의 부패를 감시하는 데 쓰여왔다. 역대 대통령 중 의회의 요구 시 세금보고를 제출하지 않은 대통령 후보는 지난 40년간 단 한 명도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전통을 깨지 않기를 바란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점은 이 문제가 단순히 정치적 논쟁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민주주의와 헌법 체계의 존립에 관한 문제라는 것이다. 이 문제가 투명하게 해결되지 않으면 미국의 모든 선거는 올해도, 내년에도, 그 이후에도 특정 범죄집단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민주주의의 꽃이자 근간인 선거제도는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8년간의 긴 독립전쟁과 수많은 피와 희생을 통해 전제 군주와 제왕적 대통령제를 거부하고 만민평등, 주권재민, 삼권분립에 근거해 세워진 미국의 민주주의와 헌법이 지금 위기에 놓여있다. 한인들에게 절박한 사안인 이민자 권익보호와 조국 한반도의 평화 실현도 결국은 미국의 민주주의와 헌법 체계가 건강히 생존할 때만 가능할 것이다. 이것이 뮬러 특검 보고서의 전면 공개가 필요한 이유이다.

'깨어 있는 시민들의 힘'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나는 제안한다. 권력 앞에서 비록 나에게 불이익이 온다 할지라도 당당하게 사슴을 사슴이라 부르고 말을 말이라고 외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실어주자. 불의를 잘못 이라고 용기 있게 진실을 밝히는 의원들과 언론인들을 응원하고 힘을 실어주자. 이를 위해 진상규명 촉구 청원서 서명(petitions.moveon.org/sign/release-the-mueller-report)에 동참하자. 그리고 유권자로서 납세자로서 내 지역 의원들에게 동참을 촉구하자. 결국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는 것을 믿는다. 뮬러 특검 보고서와 러시아의 미국선거 개입사건의 총체적 진실을 밝히는 일은 결코 이미 끝난 일이 아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뉴욕 양키스의 전설 요기 베라의 명언을 다시 한번 새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시민참여센터 이민자 보호 법률대책위원장


박동규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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