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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부산시장 후보 내려고…5년전 文이 만든 당헌 뒤집는 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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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10/29 03:20



이낙연 민주당 대표(오른쪽)는 29일 정책의총에서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에 대해 전당원투표로 결정하겠단 뜻을 밝혔다. 당원여론을 통해 사실상 공천을 강행하겠단 의미로 정치권은 분석한다. 왼쪽은 김태년 원내대표. [연합뉴스]





“후보 추천의 길을 열 수 있는 당헌 개정 여부를 전(全)당원 투표에 부쳐 결정하기로 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온라인 정책의원총회에서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 여부에 대해 한 말이다. 이 대표는 “후보자를 내지 않는 것만이 책임 있는 선택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후보 공천을 통해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책임 있는 공당의 도리라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각각 성추문에 휩싸여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자진 사퇴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으로 인해 실시된다. 둘 다 민주당 소속이었다. 민주당 당헌(제96조 2항)에는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잃으면 당은 재·보궐선거에 공천하지 않는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이 대표는 “당헌에 그런 규정을 도입한 순수한 의도와 달리,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은 유권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약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들었다”고 했다.

민주당은 31일부터 내달 1일까지 권리당원을 대상으로 당헌 개정 여부를 묻는 온라인 투표를 진행한다. 기존 조항에 ‘전당원 투표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달 수 있느냐다. 형식은 전당원 투표지만 충성도 높은 당원의 의견을 묻기에 결과는 사실상 ‘답정너’라고 볼 수 있다.

과거에도 ‘내로남불’ 논란에 휩싸일 때마다 민주당은 전당원 투표라는 우회로로 이를 뒤집곤 했다. 최근 대표적인 게 4·15 총선 직전 실시한 비례위성정당 창당을 위한 전당원 투표였다. 2014년 지방선거 직전에도 '기초의원 무공천'를 뒤집기 위해 전당원 투표를 진행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민주당의 당원투표 방침에 대해 “부재하는 명분을 만드는 수법으로, 박정희(전 대통령)가 국민투표로 위기를 해결하던 수법을 벤치마킹한 것”이라며 “유신도 일종의 대중독재였다. 그게 부활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보궐선거에 정치적 명운 걸려
이날 오전 이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전당원투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전달했고 최고위원도 동의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후보를 안 내면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도 기약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29일 권리당원 등에 전달한 전당원투표 안내문 [SNS캡처]





이 대표가 보궐선거 6개월 전 사실상 무공천 철회를 택한 건 공천 논란을 더 이상 끌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간 민주당 내에선 내년 4월 보궐선거 공천 등을 두고 책임론과 현실론 등이 엇갈려 나왔다. 이를 이 대표가 직접 나서 정리해 단일대오 구축에 나선 것이다.

2022년 대선 출마 예정인 이 대표는 당권·대권 분리조항에 따라 대선 1년 전(2021년 3월 9일)인 내년 3월 당대표에서 물러난다. 하지만 4월 보궐선거는 이 대표가 경선 등을 관리하고, 공식 선거 레이스에선 선대위원장을 맡는 등 그의 지휘 아래 진행될 공산이 크다. 자연히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이 대표의 정치적 명운도 좌우되게 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발표만 하지 않았을 뿐 내부적으로 공천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었는데, 이를 이 대표가 분명히 매듭지은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소속 서울시장 후보로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우상호·박주민 의원 등이, 부산시장 후보로는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 김해영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

5년 전 文이 만든 당헌 뒤집기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이 있으면 공천하지 않는다”는 조항은 2015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대표 시절 만들어졌다. 당시 새누리당 소속 하학렬 경남 고성군수가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형을 받자 새정치연합은 이를 반면교사 삼겠다며 해당 내용을 당헌에 넣었다. 문 대통령은 그해 고성군수 보궐선거가 열리자 현장을 찾아 “재·보궐선거 원인제공 정당(새누리당)은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이 주도해 만든 규정을 5년 만에 뒤집으려 하자 국민의힘은 물론 정의당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스스로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도 못하면서 국민의 삶을 지키겠다고 나서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해당 당헌을 만든) 문 대통령은 민주당 이번 방침에 동의하는 것이냐”라고 꼬집었다.

김효성·한영익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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